본문 바로가기
  • Furniture
  • Wood
  • Tool
Wood Working/Idea

[목공] 012. 도면은 목공의 시작.

by Neuls 2019. 8. 21.
728x90

 

 

 

 

 

 

 

생각해보니 벌써 10년 가까이 목공수업을 진행해왔다. 처음 잘 모르면서 이것저것 익히고 배우면서 회원들과 같이 수업을 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밤새 자료를 수집하고 읽어내고, 낮에는 관련 방법과 과정을 스스로 실습하는 과정을 거치며 수업의 골격과 내용을 세웠다.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하여 전문적인 부분까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두드려가며...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시도해보고 수정하고 하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잘 정리했다고 생각하면서 진행 했던 목공수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체 과정을 통째로 교체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어느 정도 안정된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몇 년의 목공수업을 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목공에 대한 생각들을 전달받게 되었다. 어떤 이는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에 연결시킨다. 어떤 이는 너무 쉽게 보며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작업을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어투로 말할 경우도 보게 된다. 어떤 이는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조심스러움의 끝으로 도망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향 속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반응이 있다. 바로 도면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처음 목공을 시작할 때 도면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처음엔 무언가 거창한 것을 그려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직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 없었으니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부담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져 더욱 힘들게 만든다. 또 다른 하나는 어떤 크기, 어떤 규격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르기에 아무렇게나 그려 놓았다가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렇기에 포기하고 싶은 경우도 있었다. 그냥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면이 없으면 목공의 폭이 좁아진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목공의 과정, 즉 작업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도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728x90

 

 

처음 도면을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처럼 반응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귀찮고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넘기고 싶은 과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단언하자면 도면은 모든 목공의 시작이며 끝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도면은 단순히 만들어야 하는 것들을 그려내는 것이기도 하다. 제작하고자 하는 가구 또는 물건의 크기와 형태를 정하는 기본을 계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구의 규격과 크기를 잘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들의 크기와 형태는 아무렇게나 정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껏 우리가 유지해 온 생활양식과 신체 크기, 문화적 측면 등 다양한 것들이 녹아져 혼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형태의 식탁이라 하더라도 그 크기와 높이 그리고 같이 사용하는 의자의 높이 등 연결 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그 형태와 크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 형태와 크기를 이해하는 데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의 크기를 직접 재어보고 유심히 바라 볼 수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하나 도면에서 중요한 것은 도면 자체가 목공 작업을 위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형태와 크기를 정하는 것을 넘어 어떤 목재로 어떻게 작업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공구와 기계들을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식탁으로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식탁의 경우 프레임으로 되어 있는 다리부분과 상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레임은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길이와 형태에 따라 보강되어야 할 부분이 있고, 틀어짐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네 개의 다리를 한꺼번에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측면부터 조립하고 이 후 전체 프레임을 구성해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다리부분에 테이퍼링(사선가공)을 해야 한다면 미리 조립하기 전에 가공해야 하며, 측면 보강을 위해 다른 목재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상판의 경우 그냥 붙이는 것이 아니다. 목재는 수축과 팽윤(팽창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팽윤이 정확한 표현이다)을 지속하기 때문에 상판과 프레임을 접착제 또는 나사 못 등으로 고정시키면 안 된다. 여유를 주고 가공해야 하며 조립시 유의해야 할 부분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마감작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오일로 단순히 전체마감을 할 경우 프레임과 상판을 따로 작업해야 한다. 미리 마감작업을 해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도색이 필요한 경우 전체적으로 할 것인지도 함께 정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작업을 미리 준비하고 예측하며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 과정이 바로 도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공작업을 한려면 도면 작업에 많은 시간을 투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느 정도 실력이 생겨나고 작업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을 예상할 수 있게 되면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구를 만들게 될 때마다 도면과 씨름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기에 만약 목공을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면 도면에 좀 더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