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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12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열린책들 어렸을 적 서랍장 위에 놓여 있는 엄마의 지갑을 보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움직였다. 지갑 속 포개져있는 천 원짜리와 만 원짜리를 보고 없어진 것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천 원을 꺼내 급하게 꾸깃거리며 집어넣었다. 그 순간의 감정. 심장이 요동치며 손이 떨렸다. 희미하게 등 쪽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 보다 호주머니에 들어간 천 원짜리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는 200원에서 비싸야 500원 이었으니 꽤 많이 사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조심스레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든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얼굴이 붉어지고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호주.. 2022. 2. 4.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 민음사 한 때 신학을 공부하며 성직자의 길을 걸어가겠다 다짐한 적이 있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종교적 삶은 일상이었고 당연한 과정으로 여겼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개인적인 종교적 체험은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추기고 강화시켰다. 그렇게 신학대에 들어가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진리”라는 단어. 종교 안에서 진리는 가장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그 단어는 종교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의라 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세상과 불완전한 인간들에게 진리는 따라야하는 명제이며 선언이기 때문이며, 진리의 한 조각으로 불완전한 인간을 채워야하며, 혼란스러운 세상을 안정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종교의 최종 목표이며, 그것이야 말로 하느님의 세상을 만드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 2022. 2. 4.
크눌프 / 헤르만 헤세 / 민음사 나에게 있어 사춘기는 늦게 찾아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때 일명 방황하는 시기를 겪게 된다면 나의 경우 20대부터 시작하여 30대까지 이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규칙적이고 사회적 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과도한 교육과 훈육을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주체적 사고와 삶을 살아가고자 하던 나의 의지는 그때부터 펼쳐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구나 평범하지 않던 가정사 역시 이러한 삶의 방황을 부추겼던 게 사실이다. 좋은 일이 있다면 힘든 일이 있고, 즐거운 일이 있다면 괴로운 일이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모습일 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내가 느끼기엔 힘든 일과 괴로운 일들의 반복이었고, 끝없이 이어지는 어두운 터널의 한 가운데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우울감에 빠져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 2022. 2. 4.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헤르만 헤세 / 민음사 우리의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고 다양한 나라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다양한 삶의 모습이 하나의 모습으로 수렵되어진다. 문화적 사회적 형태가 다르다 하더라도 그 속의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어쩌다보니 태어나 그 사회 속의 일원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꿈 또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삶의 형태가 다르다 하더라도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서로 많은 이야기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 2022. 2. 4.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매년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찾아 읽으려 노력하는 작가. 20대에는 혼란스러웠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워주었고, 30대에는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들어 다시 집어든 그의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 잘 하고 있다는 위로를 전해주는 듯 아름다운 문체와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시금 빠져들게 만든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많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 목적을 위해 오늘도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다. 어떤 이는 부를 위해서, 어떤 이는 명예를 위해서, 어떤 이는 사상을 위해서.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는 그 목적을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그것.. 2022. 2. 1.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인간이란 존재는 지적이면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 존재인 것처럼 치장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단순명료한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복잡하고 내면의 갈등을 통해 힘들어하는 존재일 뿐이다. 항상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규칙과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범 사이에서 갈등하며, 부지불식간에 생겨나는 스스로의 욕구와 욕망에 휘둘려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심리학자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헤매이고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 자아라 표현하기도 하고 내면의 이야기, 또는 그 무엇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 대표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어렸을 적 나도 모르게 만나게 되고 순순한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자아의.. 2022. 1. 31.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바쁘다는 핑계와 귀차니즘과의 전쟁으로 그동안 책을 멀리 했다. 물론 하루종일 톱밥을 먹어가며 일하다보면 집에 와서 책읽을 시간이라곤 거의 없다시피한다. 하지만 한편의 의무감과, 한쪽의 재미를 찾아가는 책 읽기는 이럴때 빛을 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러저리 인터넷 서점을 두리번 거리다 한 눈에 꽂힌 책이 있었다. 바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아주 오래전에 한 번 읽어봤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으로, 어렸을 적에는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지면서 아파했던 그 감정을 지금도 느낄 수 있을지. 또는 그 때 보지 못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1. 사회적 의무와 가족의 기대 속에서 스스로를 망칠 수 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슬픈 이야기 작.. 2022. 1. 31.
[문장] 042. 자신의 중심 각성했을 때 사람들은 사안의 핵심이나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하거나 감수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때 어떤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을 하게되며,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때 체험하는 것은 거의 없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다. 89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2020. 6. 22.
[문장] 041.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 역사란 이기주의와 본능적 삶이라는 이 죄악의 세계를 재료와 동력으로 삼지 않고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 카스탈리엔 수도회 같은 숭고한 조직 또한 이러한 탁한 홍수 속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다시 그 속으로 삼켜질 것임을 좀더 확실히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카스탈리엔이 안고 있는 이 문제는 크네히트의 삶에서 그의 모든 강력한 불안과 분투와 동요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었고, 결코 단순한 사색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이 깊은 내면에 관계된 문제였다. 351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2020. 6. 22.
[문장] 040. 중심을 향해 우리는 모두 그저 인간일 뿐이고, 각자가 하나의 시도이며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렇지만 그 인간은 완성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어야 해. 중심을 향해 노력해 가야지 가장자리로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 돼. 알아 두게. 엄격한 논리학자나 문법학자이면서도 동시에 공상이나 음악으로 가득찰 수 있다는 것을. 음악가나 유리알 유희 연주자이면서도 온전히 법칙과 질서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을. 105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2020. 6. 16.
크눌프에 관련한 헤세의 편지 유행하는 견해와는 달리 나는 작가의 과제가 자신의 독자에게 인생과 인간에 대한 규범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거나, 그가 전능하고 권위적이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작가는 자신을 매속시키는 것을 묘사하는 자라고 생각해. 크눌프와 같은 인물들은 나에겐 매우 매혹적이네. 그들은 "유용하지는 않지만" 많은 유용한 사람들처럼 해를 끼치지는 않지. 그들을 심판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닐세.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크눌프와 같이 재능있고 생명력 충만한 사람들이 우리의 세계 안에서 지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 세계는 크눌프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또한 내가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세... 2019. 2. 28.
자신의 완성 진리는 분명 있네. 그러나 자네가 바라는 '가르침', 절대적이고 완전하고 그것만 있으면 지혜로워지는 가르침이란 존재하지 않다. 자네는 완전한 가르침이 아니라 자네 자신의 완성을 바라야 하네. 신성은 개념이나 책 속에 있는 것이지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야. 싸울 각오를 하게, 요제프 크네히트. 보아하니 투쟁을 벌써 시작되었네. P107 유리알 유희 / 헤르만 헤세 2019.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