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지43 [목수일지] 049. 짧지만 길었던 현장이 끝났다. 생각보다 작업이 길어졌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잘 아는 일은 잘 아는 대로, 모르는 일은 모르는 대로 할 일들이 많았다. 때론 헉헉대며 일해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론 그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눈보라가 치며 급격히 추워진 날에는 곱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일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그날 그날의 일을 해나가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이르게 되었다. 안쪽 실내의 인테리어가 끝나고 외부 마지막 작업까지.. 그렇게 짧은 두 달의 시간이었지만 느낌에는 참으로 길었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일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작년 12월. 그러니까 선배의 급한 연락으로 시작한 강화에서의 현장. 어색했지만 오랜만에 반가웠던 선배와의 일을 시작한 그날은 우.. 2025. 4. 6. [목수일지] 048. 건승을 빈다. 낮의 온도가 살짝 오르고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렇다고 푸근한 느낌은 아니다. 차가운 기운, 그러니까 코끝의 온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온도. 그와 함께 저 멀리 청명하게 보이던 산등성이의 굴곡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미세먼지들이 부옇게 쌓여가고 있다. 이는 곧 봄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건과 함께 찾아왔던 겨울이 이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역사의 한 장이 자락거리며 넘어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어쩌면 특별하게 기억될 그런 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겨울과 함께 시작했던 강화에서의 일정도 한 단락을 넘기고 있다. 매섭게 불던 추위로 손을 오그리며 작업했던 일들. 하나의 현장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이 현장 역시 하나의 기억으로 남.. 2025. 3. 2. [목수일지] 047. 눈 오는 풍경 가구제작과 인테리어. 그리고 지금은 집짓기 공사까지. 아직 정리되지 않는 것들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이어가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가야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현재의 시간에 집중을 하고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현장에서 그나만 위로를 받는 것들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는 일하는 풍경의 작은 찰나의 시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갑작스레 나타난 상황에서 위로를 받는다. 2024년 겨울의 시작에서 시작한 일이 두 번째 현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울 것이라는 이.. 2025. 2. 8. [목수일지] 045. 희망을 이야기하자. 한 해가 가고 다음 해가 왔다. 항상 그렇게 해는 뜨고 다시 진다. 그리고 다시 해는 떠오른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시간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 아니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이 지날 때가 있다. 별것 아닌 시간들로 인식되는 시간들. 아주 작은 시간들, 그 수많은 시간들과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나가고, 그렇게 쌓인 것들이 어느 순간 어떤 형태의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언제 이런 것들이 있었는지 인식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때론 그러한 흐름들이 어떤 방향을 지시해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명확하거나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드러난 현상들과 흐름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 2025. 1. 3. [목수일지] 043. 기본이 중요하지만.. 목공수업을 하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그 기본은 따분할 수도 있지만, 기본이라 함은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원칙주이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하는 고루한 생각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젊었던 경우에는 나 역시도 이러한 생각을 답답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들었던 것이다. 원하는 결과물이 있다면 그 결과물에 있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도착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져 가면서 아닐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기본과 원칙에 대한 생.. 2024. 5. 26. [목수일지] 042. 어쩌다 목공수업.. 벚꽃과 함께 봄이 온 듯하더니 몇 주 지나지 않아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지만 정오를 지나면 곧 뜨거운 열기가 주변을 감싼다. 그렇게 짧은 봄이 지나고 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 생각해보니 올 해 24년의 달도 5월을 시작했다. 이제 곧 6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다시 가을이 올 것이다. 항상 그렇듯 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리고 생각하고 준비하던 것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급해지려 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을 다잡아간다. 요 근래에는 아침 일찍 공방으로 나선다. 그렇다고 9시 이전에 출근하듯 하는 것은 아니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하려 노력한다. 불경기인지 하고 있는 일들도 거의 줄어들었고,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기에 공.. 2024. 5. 2. [목수일지] 039. 손가락이 부러지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두 달 전. 11월 15일이었다. 오랜만에 현장 일도 있었고, 이제는 다시 공방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일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지인의 공방으로 출근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먼저 공방정리를 하면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쌓여있던 목재들을 정리하고 치우기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꽤 많은 자투리 목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외에는 그냥 버리거나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인의 공방이기에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미리 치우고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후 정리에 들어갔다. 역시 꽤 많은 목재들이 쌓여 있다. 미리 사용할 수 있는 .. 2024. 1. 8. [목수일지] 038. 오랜만의 현장...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어 따뜻한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3월 중순. 지인들에게 순서대로 연락이 왔다. 잠깐 사는 이야기를 전하고 난 뒤 이어지는 요청들. 인테리어 작업들이 이어져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들. 잠깐 고민이 들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었고, 지금 공부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하루 일과에 대한 루틴을 만들어 놓았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성으로 진행하면서 수정해가면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이 모든 것들, 루틴이 흐트러지고 생각하던 것들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에 이끌렸는지 이러한 생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3주간의 인테리어 작.. 2023. 4. 15. [목수일지] 037. 맥락이 중요하다. 잠깐 약속이 있어 나가는 것 이외에는 거의 집에만 있다. 하루 종일 보았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읽어야 할 것들을 읽다보면 거의 하루가 빠듯하게 지나가 버린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다보니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백수라 놀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좋을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체력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한동안 몸을 쓰는 일을 하다가 몇 달을 그런 생활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다보니 근력이나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할 때에도 체력을 유.. 2023. 3. 11. [목수일지] 036.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 꽤나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정리를 한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리고 만다. 목수라는 직업이 나의 정체성이라 말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런 일을,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좀이 쑤시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올라오다 가슴을 채우고 무심히 얼굴을 지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주섬주섬 태블릿과 책 한 권, 그리고 헤드폰을 챙겨 운전대에 앉는다. 그리고 30여분 운전을 하여 이제 막 가기 시작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왔기에 잠시 .. 2023. 2. 24. [목수일지] 035. 그냥 경험해 보는 게 나을 때가 더 많다. 기온이 꽤 많이 올라갔다.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미세먼지. 하루 종일 앉아 무언가를 읽다가 잠시 담배라도 피울 겸 옥상으로 나가면 뿌옇게 주변을 감싸고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세먼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입에 문 담배를 피울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습관에 불을 붙이고 만다. 생각해보니 벌써 2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려한다. 생각보다 추웠던 1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1년의 2개월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무심해지려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문득 올라오는 조바심과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들로 바빠지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누르고 읽어야 하는 자료들을 읽으려 자리에 앉는다. 이맘때가 되면 블로그의 유입수가 점차 늘기 시작한다. 처음 목공과 관련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2023. 2. 19. [목수일지] 034. 목공과 귀차니즘... 세상사는 일에 귀찮지 않은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삶에 있어 열정적이고 무언가 흥미를 찾으며, 관심있는 일 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귀찮음은 존재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목수 또는 목공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날의 상태, 심리, 시간의 촉박함 등 다양한 이유로 귀찮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특히 목공의 경우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것들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생각해야 할 때면 그런 귀찮음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가 올 때가 많다. 얼마 전부터 책상을 제작하고 있다. 하부의 프레임을 위하 제재목을 가공하고, 집성하.. 2022. 12. 24.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