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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28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번역 / 문학동네 그런 영상이 있다. 고즈넉한 또는 조용한 어느 공간. 저멀리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온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회색 면티 위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다부진 몸 때문인지 아니면 더워서인지 몇 개의 단추가 열려있다. 원래의 색이 바래서인지 아니면 그가 하는 일 때문인지 청바지 고유의 색보다 진하듯 아니면 연한 듯한 느낌이 든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걸음이 힘차게 들리지만 무언가 힘든 듯한 기색이 전해진다. 그가 지나간 자리의 가구들 위로 내려 앉아있던 먼지들이 갑자기 날아 오른다. 그동안 그가 외부에서 뭍혀 들어온 먼지들이 지나가면서 공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 태양의 사선이 창을 통해 들어오면서 그런 풍경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2024. 1. 12.
피라미드 / 이스마일 카다레 /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피라미드. 누구나 다 아는 명칭이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기원전 4,000년 보다 더 오랜 문명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특별한 존재. 삼각뿔의 모양으로 거대한 사막과 함께 그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보며 수많은 의구심과 존경심, 그리고 신비로움까지 갖춘 존재. 신화적인 상상력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 모습 그대로 증명하는 피라미드. 어렷을 적 신화 또는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궁금증과 존경심이 한껏 올라와 있을 무렵 피라미드는 그 정점의 하나였다. 단순히 어느 강력한 왕 또는 군주의 무덤을 넘어서 우주의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한 느낌까지 전달해주곤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나만 한 것은 아니었던지 이와 비슷한 영화까지 상영되어 그 신비로움과 의구심의 상상력을 극대와 시키기도.. 2023. 10. 22.
칼의 노래 / 김 훈 / 문학동네 꽤 오래전이다. 벌써 10년이 넘은 듯하다. 집에 일이 있어 급하게 내려가야 했다. 보통 때라면 책 한 권 정도 들고가 다 읽지 못해도 무료한 시간을 때우곤 했다. 하지만 급하게 움직이다보니 그러지 못했다. 결국 큰 일은 아니었지만 며칠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약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동생의 책장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책이 바로 김훈의 “칼의 노래”였다. 우리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군이지만 의도적으로 강조된 부분도 있기에 별로 읽을 생각은 없었다. 뻔한 역사소설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넘기면서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저녁시간 내내 밥도 먹지 않고 한 권을 다 읽어냈다. 그리고 한 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 2022. 6. 21.
페스트 / 알베르 카뮈 /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아니. 생각해보니 너무나 추상적이고 고고하다. 인간이 존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일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람은 다양하다. 그 다양함으로 인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각자가 겪은 삶의 배경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로부터 시작된 사고의 과정과 이해의 결론, 그리고 우리 각자가 가진 욕망에 의해 그 다양함이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생각들과 성향들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한다. 가끔 누군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받아줄 수 있다는 오해로부터 시작된 실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스스로 조그맣게 읍조리는, 알아채기 어려운 입술 모양만 순식간에 지나칠 뿐이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일까? 약간의 긍.. 2022. 3. 20.
아버지와 아들 / 이반 투르게네프 / 문학동네 때는 19세기 러시아 1850년대. 한창 러시아는 혁명이라는 시간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러시아의 두 인텔리겐치아 청년의 이야기. 한명은 니힐리즘에 빠져 모든 권위와 권력, 그리고 기존의 규칙을 무시하고, 이러한 친구의 모습을 닮아가고자 무던히 노력하는 또다른 청년의 이야기다. 변화해가는 유럽의 문화와 새로운 학문의 분위기를 배운 두 청년은 오래된 농노제도와 불합리한 기존 방식이 옳지 않다고 느끼지만 정작 부모와의 만남을 통해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자라왔던 집안의 분위기와 그 바탕이 되었던 사회제도의 견고함까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구나 우연히 조우하게 된 한 여성으로부터 지금까지 부정하던 낭만주의(?)적 분위기와 욕망을 스스로의 내부에서 느끼고는 괴로움에 휩싸이게 된.. 2022. 2. 4.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 문학동네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 사랑을 하여 태어나지만, 나라는 존재가 생성되는 것은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다. 어떤 이들은 태어난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때론 어디도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미를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나의 존재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과도한 의미부여 일 뿐이다. 오히려 태어난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그 생을 발견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쩔 수없이 자신 앞에 놓여진 삶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사회, 종교, 도덕, 민족, 인권 등 나도 모르는 사이 덧씌워지는 것들이 있다. 그 씌워진 것들로 인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지고 좁아져 무언가 할 수 있는.. 2022. 2. 4.
부서진 사월 / 이스마일 카다레 / 문학동네 관습 또는 전통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나라에도 있으며 어느 민족에게도 있어 그들이 살아 온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드러내곤 한다. 그것은 삶의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모양 또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지역의 독특한 기후와 계절적 특성을 드러내는 가옥들 또는 건축물들이 그렇다. 때론 사람들의 계급적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양반, 쌍놈, 백정 등 직업적 특성과 문화의 특질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 온 삶의 역사적 배경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러한 전통과 관습을 소중히 여겨야하며 꼭 지켜야 하는 듯 주장하기도 한다. 때론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하는 듯 절실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를 모른다. 이러한 전통 또는 관습이라는 것이 기껏해야 2~300년을 넘지 못한다는.. 2022. 2. 4.
그레구아르와 책방할아버지 / 마르크 로제 / 문학동네 책을 읽는 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중한 일이다. 아마도 평생 책을 읽으려 노력할 것이고, 또 읽을 것이다. 그 활자들 속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재미들을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먼저 읽을 것이고,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또한 아직도 읽어야 하는 책들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궁금해 하며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눈이 침침해지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같은 안과질환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노안을 생각하면 약간의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기술들도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 2022. 2. 4.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 문학동네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1982년 개봉한 영화로 그 유명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시대는 2019년. 인간의 대용품으로 만든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키고 지구에 관련 안드로이드를 찾아 ‘폐기’하는 임무를 맡은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SF영화이지만 스타워즈처럼 현란하고 단순한 스토리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을 담은 영화로 개봉 당시에는 흥행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진 메시지와 인간성, 그리고 우리와 닮았지만 새로운 존재가 도래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아주 묵직한 영화이다. 인간과 같은 이성과 판단력을 가진 안드로이드, 혹은 기계인간. 감정도 가졌으며 자신의 존재와 목적에 대한 고민을 하는 존재. 하지만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 2022. 2. 4.
죽은 군대의 장군 / 이스마일 카다레 / 문학동네 어렸을 적, TV에서 국군의 날 행사 방송을 본적이 있다. 우람하고 멋있어 보이는 최신의 무기들과 묵직해 보이면서 튼튼한 것이 누구와 싸와도 이길 것만 같았던 전차들. 그리고 말끔하다 못해 군복에도 베일 것 같은 예리한 각을 세우고 내리쬐는 햇빛에 반사되는 견장을 단 병사들의 걸음걸이. 옆 병사들을 보지도 않으면서도 한 발 한 발 맞추며 자신감 넘치게 행진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사뭇 멋이게 보였다. 우리 나라를 지키며 적의 나라를 무찔러 이길 것만 같았던 군대의 풍경이 어린 나의 눈 빛에 반사되어 전쟁의 이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멋짐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전쟁의 이면이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알게 되면서 보여지는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2022. 2. 1.
싯다르타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매년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찾아 읽으려 노력하는 작가. 20대에는 혼란스러웠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잠재워주었고, 30대에는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40대에 접어들어 다시 집어든 그의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지금 잘 하고 있다는 위로를 전해주는 듯 아름다운 문체와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시금 빠져들게 만든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많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 목적을 위해 오늘도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다. 어떤 이는 부를 위해서, 어떤 이는 명예를 위해서, 어떤 이는 사상을 위해서.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는 그 목적을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그것.. 2022. 2. 1.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제럴드 /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한 남자의 이야기 : 부의 욕망이 가져온 비참한 결과 여기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했지만 한 남자에 해당하는 인물은 실제로 두명으로 생각된다. 한명을 소설의 주인공인 개츠비와 그가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한 남자. 그 둘의 공통점은 둘 다 부자라는 것이다. 한 명은 아버지대로 부터 물려받은 돈이 많은 남자, 한 남자는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된 남자.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한 남자는 물려받은 것을 누리고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정을 비롯하여 사회적 위치까지 그것들이 흔들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정부(정부)까지도. 하지만 다른 한 남자 개츠비는 이제 막 부의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 부의 과시를 위해 파티를 열고 사회의 각종 명사들을 초대한다. 술판이 벌어지고 새.. 2022.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