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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일지] 041. 다시 시작하며.. 2019년 공방을 정리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분간 떠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다른 원인들이 함께 결합하여 그런 결정을 내렸다. 공방의 장비들을 정리하고 시설과 설비를 정리했다. 모든 것들이 공방에서 사라지고 난 뒤, 빈 공간에서 바닥을 쳐다봤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이렇게 정리를 하지만 언제 다시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언제가 될까 하는 생각.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무엇을 준비하고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해야 하는 일들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문을 닫고 오랫동안 머물던 지하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 20대 갓 사회에 나선 청년처럼 이리저리 부유하며 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다 .. 2024. 2. 24.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누구나 1,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안다. 그 전쟁이 얼마나 참혹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기 등등하고 매케한 화약 연기 속에서 죽어갔는지를 잘 안다. 역사를 통해서,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그 현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포성과 예리한 칼, 그리고 잔인하고 잔인한 질병 등으로 인해서. 유럽에서의 전쟁을 넘어서 아시아에서도 동일하게. 그것도 잔인한 살육의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잠깐 후회와 반성이 시간이 있었고 이젠 다시 전쟁의 글자를 떠올릴 나라는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선은 곧 잊혀져갔고 다시 이곳저곳에서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전쟁이 다시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설득을 당했든, 아니면 어쩔 수없이 전쟁에 나서야만 했든 비인간적이라 불리는 전쟁은 그 후에도 꽤 오랫.. 2024. 2. 17.
[목수일지] 040. 길게만 느껴졌던 3주간의 작업.. 어느덧 새해가 되고 아직 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무렵, 같이 작업을 하던 형에게 연락이 왔다. 새롭게 구매한 공구 자랑을 하려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짧게 손가락은 괜찮냐는 걱정과 함께 강원도에 작업이 있다는 전달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에선 아직 격하게 움직이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있었고 몇 달 움직이지 않았더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작업 기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리하더라도 조심하면서 일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이었기에 가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일주일간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일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항상.. 2024. 2. 17.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번역 / 문학동네 그런 영상이 있다. 고즈넉한 또는 조용한 어느 공간. 저멀리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온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회색 면티 위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다부진 몸 때문인지 아니면 더워서인지 몇 개의 단추가 열려있다. 원래의 색이 바래서인지 아니면 그가 하는 일 때문인지 청바지 고유의 색보다 진하듯 아니면 연한 듯한 느낌이 든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걸음이 힘차게 들리지만 무언가 힘든 듯한 기색이 전해진다. 그가 지나간 자리의 가구들 위로 내려 앉아있던 먼지들이 갑자기 날아 오른다. 그동안 그가 외부에서 뭍혀 들어온 먼지들이 지나가면서 공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 태양의 사선이 창을 통해 들어오면서 그런 풍경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2024. 1. 12.
[목수일지] 039. 손가락이 부러지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두 달 전. 11월 15일이었다. 오랜만에 현장 일도 있었고, 이제는 다시 공방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일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지인의 공방으로 출근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먼저 공방정리를 하면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쌓여있던 목재들을 정리하고 치우기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꽤 많은 자투리 목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외에는 그냥 버리거나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인의 공방이기에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미리 치우고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후 정리에 들어갔다. 역시 꽤 많은 목재들이 쌓여 있다. 미리 사용할 수 있는 .. 2024. 1. 8.
피라미드 / 이스마일 카다레 /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피라미드. 누구나 다 아는 명칭이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기원전 4,000년 보다 더 오랜 문명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특별한 존재. 삼각뿔의 모양으로 거대한 사막과 함께 그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보며 수많은 의구심과 존경심, 그리고 신비로움까지 갖춘 존재. 신화적인 상상력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 모습 그대로 증명하는 피라미드. 어렷을 적 신화 또는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궁금증과 존경심이 한껏 올라와 있을 무렵 피라미드는 그 정점의 하나였다. 단순히 어느 강력한 왕 또는 군주의 무덤을 넘어서 우주의 무언가를 말해주는 듯한 느낌까지 전달해주곤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나만 한 것은 아니었던지 이와 비슷한 영화까지 상영되어 그 신비로움과 의구심의 상상력을 극대와 시키기도.. 2023. 10. 22.
바스커빌가의 개 / 아서 코난 도일 /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사람들이 말한다. 어디선가 무섭고 커다란 개가 있다고. 그 개가 밤이면 나타나 황야를 헤매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개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저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닐 뿐이다. 그렇게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존재는 어느덧 사실이 되고 진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밤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혹여 바람이 불며 주변의 사위를 삼키듯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문을 꼭꼭 걸어 닫고 무사히 오늘 밤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시신이 발견되면 그 모든 원인과 결과가 아직 보지 못한 존재로 향하고 만다. 그들의 두려움은 이미 머릿속을 넘어서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2023. 9. 17.
[공방 실패기] 006.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 두 번째 가구 제작의 기술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일이 있다. 가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경험,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다. 먼저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배우는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고 좋은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잘 배울 수 있는 공방을 알아보았고, 공방을 운영하던 곳보다 먼 곳이었지만 출석을 하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희망은 딱 한 달 만에 끝나버렸다. 수업을 시작했던 첫 날 그러한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교육.. 2023. 5. 7.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장하준 / 김희정 옮김 / 부키 잘 알고 있지만 잘 인식하지 못하는 하나가 있다. 우리는 ‘경제’라는 단어의 상황, 조건, 체계 안에 살아간다. 하루를 또는 한 달을 더 나아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경제라는 단어에서 벗어나 살 수 없다.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써야 한다.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꿈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작은 무엇하나를 얻으려 하더라도 스스로 생산하여 만들 수 없다면 그것을 위해 교환을 해야 하고 그 교환을 통해 작은 꿈이라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행복을 누리고 싶은 현대 사회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여기에도 작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돈이다. 이런 돈의 과정, 즉 생산, 소비, 교환과정 전체를 경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가깝게 느.. 2023. 5. 7.
[공방 실패기] 005.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 첫 번째. 그렇게 처음 가구를 만드는 경험을 한 이후 꽤 많은 가구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탁을 비롯하여 책장, 책상, 수납장과 침대, 그리고 옷장까지. 대부분의 가구들을 만들면서 나름의 만족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 어쩌면 대부분의 취목을 시작하는 이들이 가구 제작을 하면서 느끼게 될 법한 그러한 기분을 느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느낌과 기분은 아직도 이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땀을 흘리고 노력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매력은, 현대 사회에서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그런 의미부여를 한다 하더라도 제작을 하는 기술을 배.. 2023. 4. 16.
[목수일지] 038. 오랜만의 현장...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어 따뜻한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3월 중순. 지인들에게 순서대로 연락이 왔다. 잠깐 사는 이야기를 전하고 난 뒤 이어지는 요청들. 인테리어 작업들이 이어져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들. 잠깐 고민이 들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었고, 지금 공부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하루 일과에 대한 루틴을 만들어 놓았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성으로 진행하면서 수정해가면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이 모든 것들, 루틴이 흐트러지고 생각하던 것들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에 이끌렸는지 이러한 생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3주간의 인테리어 작.. 2023. 4. 15.
[공방 실패기] 004. 험난했던 시작과 블로그.. 하루 종일 작업으로 소란스러웠던 공방의 소음이 잦아든 시간. 조금의 움직임에도 작은 알갱이의 톱밥이 흩날리며 산란하던 공방의 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았던 탓에 소리의 울림이 남아있던 공방의 한켠에 두 개의 의자와 두 사람이 앉아있다. 한 사람은 조심스러운 듯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이 역력하다.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무심히 공방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바닥을 보고 있던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 2023.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