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5 이처럼 사소한 것들 / 클레어 키건 /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읽고 나서 꽤 오랫동안 생각해야 했다.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부터 이 책에 대해 무어라 말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들까지. 몇 번을 쓰고 지웠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너무나 당연하지 않게 또는 특별하게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그런 것들.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고 있고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런 것들을, 그렇기에 더 특별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서.. 하지만 한 페이지를 넘겨쓰다 결국 포기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더 특별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더 이상의 어떤 설명도, 이해를 위한 설명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단순하고 간명하다.. 2025. 4. 12. [목수일지] 049. 짧지만 길었던 현장이 끝났다. 생각보다 작업이 길어졌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잘 아는 일은 잘 아는 대로, 모르는 일은 모르는 대로 할 일들이 많았다. 때론 헉헉대며 일해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론 그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눈보라가 치며 급격히 추워진 날에는 곱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일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그날 그날의 일을 해나가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이르게 되었다. 안쪽 실내의 인테리어가 끝나고 외부 마지막 작업까지.. 그렇게 짧은 두 달의 시간이었지만 느낌에는 참으로 길었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일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작년 12월. 그러니까 선배의 급한 연락으로 시작한 강화에서의 현장. 어색했지만 오랜만에 반가웠던 선배와의 일을 시작한 그날은 우.. 2025. 4. 6.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아침에 일어나 하루의 일상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는다. 간단히 아침을 챙기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어떤 이는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등교를 한다. 물론 어떤 이는 다른 하루 일과를 하루 종일 보낸다. 누군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급하게 다른 부서와 논의를 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기획 단계의 일을 점검한다. 학교에선 친구들과 즐겁게 떠들기도 하지만 무언가 머리에 남기기 위해 배워야 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물론 한 낮의 시간을 보내면 다시 학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누군가는 퇴근을 하고 누군가는 누구를 만나 저녁을 먹거나 간단한 음주를 하기도 한다. 그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일들, 즉 기억해야.. 2025. 3. 8. 사막 / 르 클레지오 /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여름 한 철 높게 솟은 눈부신 태양의 눈부심처럼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 뒤의 그림자처럼 어둡고 차갑다. 어렸을 때에는 유럽을 동경했다. 발전한 민주주의와 그 역사. 부드럽고 강고해 보이는 문명. 세상의 도덕과 정의를 담보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가는 찬란함.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위대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꼭 그 문화와 문명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해보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이러한 생각, 즉 이러한 문명화 문화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들에 대한 열망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는가. 지금의 남미라 불리는 지역 또는 나라가 왜 이토록 가난한 나라인지. 왜 그들 원주민의 문화는.. 2025. 3. 3. [목수일지] 048. 건승을 빈다. 낮의 온도가 살짝 오르고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렇다고 푸근한 느낌은 아니다. 차가운 기운, 그러니까 코끝의 온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온도. 그와 함께 저 멀리 청명하게 보이던 산등성이의 굴곡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미세먼지들이 부옇게 쌓여가고 있다. 이는 곧 봄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건과 함께 찾아왔던 겨울이 이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역사의 한 장이 자락거리며 넘어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어쩌면 특별하게 기억될 그런 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겨울과 함께 시작했던 강화에서의 일정도 한 단락을 넘기고 있다. 매섭게 불던 추위로 손을 오그리며 작업했던 일들. 하나의 현장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이 현장 역시 하나의 기억으로 남.. 2025. 3. 2. [목수일지] 047. 눈 오는 풍경 가구제작과 인테리어. 그리고 지금은 집짓기 공사까지. 아직 정리되지 않는 것들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이어가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가야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현재의 시간에 집중을 하고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현장에서 그나만 위로를 받는 것들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는 일하는 풍경의 작은 찰나의 시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갑작스레 나타난 상황에서 위로를 받는다. 2024년 겨울의 시작에서 시작한 일이 두 번째 현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울 것이라는 이.. 2025. 2. 8. [목수일지] 046. 겨울의 집짓기. 바빴다. 그러니까 작년 10월부터 갑자기 여기 저기 일이 많았다. 그동안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들어오는 일들을 잠시 미뤄두었는데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졌기에 일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집중하는 만큼 바빴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지방을 돌아다녀야 했고, 익숙하지 않던 일들도 해야 했다. 오랜만에 일들로 조금 버거운 것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일에 적응했다. 그러다 12월에 들어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너무 지방이고 일하는 사람들도 잘 오지 않는 그런 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이 있었다. 열악한 환경과 임금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그런 일이었고, 두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었기에..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연의 끈을 헤치기 싫었기에, 그리고 젊었을 적 갈 곳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할 때 한.. 2025. 2. 2. [목수일지] 045. 희망을 이야기하자. 한 해가 가고 다음 해가 왔다. 항상 그렇게 해는 뜨고 다시 진다. 그리고 다시 해는 떠오른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시간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 아니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이 지날 때가 있다. 별것 아닌 시간들로 인식되는 시간들. 아주 작은 시간들, 그 수많은 시간들과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나가고, 그렇게 쌓인 것들이 어느 순간 어떤 형태의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언제 이런 것들이 있었는지 인식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때론 그러한 흐름들이 어떤 방향을 지시해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명확하거나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드러난 현상들과 흐름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 2025. 1. 3. [목수일지] 044. 사과나무를 심다. 사과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하루에 반쪽 정도는 먹는 편이다. 소화에 좋다는 것도 있지만 일상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일로 사과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잘 익은 사과의 단맛과 아삭하게 씹하는 식감은 어느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렇게 사과를 먹다보면 항상 사과씨가 나온다. 사과의 과육을 둘러싼 씨방이 드러나고 때때로 그 씨앗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씨앗은 사과 과육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사과를 먹는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잊혀지게 된다. 때때로 사과씨를 보게 되더라도 그냥 무심하게 버려진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그냥 사과를 먹을 뿐이었고, 씨앗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은 있었으나 그냥 기억에서 작용하지 않았다. 이 작은 씨앗에서 사과나무가 자란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 2024. 6. 23. [목수일지] 043. 기본이 중요하지만.. 목공수업을 하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그 기본은 따분할 수도 있지만, 기본이라 함은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원칙주이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하는 고루한 생각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젊었던 경우에는 나 역시도 이러한 생각을 답답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들었던 것이다. 원하는 결과물이 있다면 그 결과물에 있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도착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져 가면서 아닐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기본과 원칙에 대한 생.. 2024. 5. 26. 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처음 이 책을 꺼내 들었을 때에는 제목을 믿었다. 미국의 목가. 미국 어느 지방 또는 시골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지루하겠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러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분명 그 안에선 갈등과 관계의 풀어헤침이 있을 것이다. 반전이라 하더라도 그 범위 또는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머리를 식히기에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첫 장의 시장과 전반부의 흐름은 거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삼 분의 일 이 넘어서는 순간부터 예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이는 편안함 또는 안정적인 분위기는 어디 간데 사라지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조금은 적당히 넘어갔으면 하는 기대와는 달리 그 수렁은 오히려 더 깊이.. 2024. 5. 4. [목수일지] 042. 어쩌다 목공수업.. 벚꽃과 함께 봄이 온 듯하더니 몇 주 지나지 않아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지만 정오를 지나면 곧 뜨거운 열기가 주변을 감싼다. 그렇게 짧은 봄이 지나고 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 생각해보니 올 해 24년의 달도 5월을 시작했다. 이제 곧 6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다시 가을이 올 것이다. 항상 그렇듯 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리고 생각하고 준비하던 것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급해지려 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을 다잡아간다. 요 근래에는 아침 일찍 공방으로 나선다. 그렇다고 9시 이전에 출근하듯 하는 것은 아니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하려 노력한다. 불경기인지 하고 있는 일들도 거의 줄어들었고,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기에 공.. 2024. 5. 2. 이전 1 2 3 4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