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Furniture
  • Wood
  • Tool

Wood Working119

[목수일지] 041. 다시 시작하며.. 2019년 공방을 정리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분간 떠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다른 원인들이 함께 결합하여 그런 결정을 내렸다. 공방의 장비들을 정리하고 시설과 설비를 정리했다. 모든 것들이 공방에서 사라지고 난 뒤, 빈 공간에서 바닥을 쳐다봤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이렇게 정리를 하지만 언제 다시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언제가 될까 하는 생각.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무엇을 준비하고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해야 하는 일들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문을 닫고 오랫동안 머물던 지하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 20대 갓 사회에 나선 청년처럼 이리저리 부유하며 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다 .. 2024. 2. 24.
[목수일지] 040. 길게만 느껴졌던 3주간의 작업.. 어느덧 새해가 되고 아직 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무렵, 같이 작업을 하던 형에게 연락이 왔다. 새롭게 구매한 공구 자랑을 하려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짧게 손가락은 괜찮냐는 걱정과 함께 강원도에 작업이 있다는 전달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에선 아직 격하게 움직이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있었고 몇 달 움직이지 않았더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작업 기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리하더라도 조심하면서 일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이었기에 가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일주일간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일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항상.. 2024. 2. 17.
[목수일지] 039. 손가락이 부러지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두 달 전. 11월 15일이었다. 오랜만에 현장 일도 있었고, 이제는 다시 공방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일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지인의 공방으로 출근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먼저 공방정리를 하면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쌓여있던 목재들을 정리하고 치우기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꽤 많은 자투리 목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외에는 그냥 버리거나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인의 공방이기에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미리 치우고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후 정리에 들어갔다. 역시 꽤 많은 목재들이 쌓여 있다. 미리 사용할 수 있는 .. 2024. 1. 8.
[공방 실패기] 006.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 두 번째 가구 제작의 기술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일이 있다. 가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경험,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다. 먼저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배우는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고 좋은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잘 배울 수 있는 공방을 알아보았고, 공방을 운영하던 곳보다 먼 곳이었지만 출석을 하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희망은 딱 한 달 만에 끝나버렸다. 수업을 시작했던 첫 날 그러한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교육.. 2023. 5. 7.
[공방 실패기] 005.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 첫 번째. 그렇게 처음 가구를 만드는 경험을 한 이후 꽤 많은 가구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탁을 비롯하여 책장, 책상, 수납장과 침대, 그리고 옷장까지. 대부분의 가구들을 만들면서 나름의 만족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 어쩌면 대부분의 취목을 시작하는 이들이 가구 제작을 하면서 느끼게 될 법한 그러한 기분을 느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느낌과 기분은 아직도 이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땀을 흘리고 노력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매력은, 현대 사회에서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그런 의미부여를 한다 하더라도 제작을 하는 기술을 배.. 2023. 4. 16.
[목수일지] 038. 오랜만의 현장...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어 따뜻한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3월 중순. 지인들에게 순서대로 연락이 왔다. 잠깐 사는 이야기를 전하고 난 뒤 이어지는 요청들. 인테리어 작업들이 이어져 일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들. 잠깐 고민이 들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었고, 지금 공부하는 것들에 대한 걱정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하루 일과에 대한 루틴을 만들어 놓았고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성으로 진행하면서 수정해가면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이 모든 것들, 루틴이 흐트러지고 생각하던 것들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무엇에 이끌렸는지 이러한 생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3주간의 인테리어 작.. 2023. 4. 15.
[공방 실패기] 004. 험난했던 시작과 블로그.. 하루 종일 작업으로 소란스러웠던 공방의 소음이 잦아든 시간. 조금의 움직임에도 작은 알갱이의 톱밥이 흩날리며 산란하던 공방의 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았던 탓에 소리의 울림이 남아있던 공방의 한켠에 두 개의 의자와 두 사람이 앉아있다. 한 사람은 조심스러운 듯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이 역력하다.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무심히 공방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바닥을 보고 있던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 2023. 3. 11.
[목수일지] 037. 맥락이 중요하다. 잠깐 약속이 있어 나가는 것 이외에는 거의 집에만 있다. 하루 종일 보았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읽어야 할 것들을 읽다보면 거의 하루가 빠듯하게 지나가 버린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다보니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백수라 놀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좋을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체력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한동안 몸을 쓰는 일을 하다가 몇 달을 그런 생활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다보니 근력이나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할 때에도 체력을 유.. 2023. 3. 11.
[공방 실패기] 003. 생각보다 많이 무모했던... 처음으로 작은 가구를 만들고 주문한 곳에 방문하여 돈을 받고 설치했던 기억.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문을 받았던 것은 같이 일하던 친구였고, 나보고 직접 만들어 배송과 설치까지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 어려운 가구는 아니었기에 2시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소품 같은 가구였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제작을 하고 설치까지 끝낸 후, 비용을 정산하며 돈을 받았을 때의 기분이 생각난다. 무언가 설레이는 기분. 받은 사람도 만족하고 처음 이렇게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느낌. 단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느껴지는 만족감 같은 그런 것.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이 경험을 시작으로 목공, 특히 가구를 만드는 .. 2023. 3. 2.
[목수일지] 036.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 꽤나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정리를 한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리고 만다. 목수라는 직업이 나의 정체성이라 말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런 일을,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좀이 쑤시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올라오다 가슴을 채우고 무심히 얼굴을 지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주섬주섬 태블릿과 책 한 권, 그리고 헤드폰을 챙겨 운전대에 앉는다. 그리고 30여분 운전을 하여 이제 막 가기 시작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왔기에 잠시 .. 2023. 2. 24.
[공방 실패기] 002. 처음 목공이라는 이름을 경험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실패기’라는 거창하면서도 부끄러운 단면을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의 구성에 있어 시기별 흐름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별도의 구성으로 정리해야 하기에 이런 저런 구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그렇게 많이 생각하면 더 정리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냥 떠오르는대로 쓰다보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경험의 시작을 이렇게 풀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시작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읽어주시길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공’이라고 하면 가구를 만드는 것에 한정지어 생각했다. 나 역시 목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 2023. 2. 23.
[공방 실패기] 001. 공방 실패기?! 2019년 6월, 최종 공방을 정리하였다. 70여평 되는 공간에 꽉 들어서있던 목공기계들, 목재, 공구 등 10여년 넘게 자리하던 것들이 일주일 동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작업을 하면서, 교육을 하면서 조금 작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비워지고 나니 좁기는커녕 이렇게 넓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제재목을 가져가기 위해 인근 공방 주인이 놀라는 눈으로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예상한 것보다 급하게 정리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공방의 시작은 10년이 넘었고, 내가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8년이 된, 나름 오래되고 잘 버틴 공방이었으니 이렇게 순식간에 정리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지난한 시간의 추억이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202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