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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Book review

[목공책 리뷰] 18. 철학이 있는 목공수업 / 김성현 / 초록비 책공방

by Neuls 2019.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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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목공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목공과 관련된 정보를 찾는 일이었다. 10년 전만하더라도 국내에서 출간되는 대부분의 목공도서들은 두 가지 형태로 정해져 있었다. 하나는 전통가구와 관련된 목공도서로서 수공구와 전통가구 제작 위주의 책들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나 내용은 한참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실제로 연습을 하려면 누군가 찾아가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배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향의 책들의 경우 대부분 간단한 생활목공의 수준으로 드릴을 이용하거나 전동공구를 활용한 목공책이기에 조금 더 깊은 목공을 하고자 할 때에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없이 해외 정보를 뒤지거나 한 두 가지씩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는 내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선 꽤 괜찮은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전문 해외 도서들이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하였고, 수공구나 전문 공구와 관련된 내용들도 한 두 권씩 발간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공 관련 책들의 수준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고 드디어 국내에서도 읽어볼 만한 책 한 권이 반갑게도 발행되었다.

 

 

처음 철학이 있는 목공수업이라는 거창하고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을 듯한 제목이어서 조금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목공을 하다보면, 아니 어떤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 그 삶의 자리에서 가지게 되는 생각들이 모이고 체계화 되면 철학이라 부를만 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목공은 조금 더 특별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처음 목공을 시작하게 되면 다양한 공구와 기계들, 그리고 가구제작과 관련된 기술을 익히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배우는 과정 또는 익히는 과정에선 많은 생각을 가지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손에 공구가 익혀지기 시작하면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하나 하나의 과정을 머릿 속에 넣어둘 수 있고, 다음의 과정을 이미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중에도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재료인 목재로 하나의 과정을 끝내고 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프레임을 다 완성하고 마감에 들어갈 때의 과정에선 근래에 있었던 상황을 넘어서 꽤 오래전의 생각들도 떠오르게 된다.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반성하는 경우도 있고, 한참동안 그 일의 원인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또다른 의문이 들기도 하는 시간. 그 시간을 지나면서 목공에 대한 생각과 거창하게 들이는 인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목공을 통해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나름의 철학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 바로 철학이 있는 목공수업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거창한 내용의 철학이라기 보다, 저자가 목공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들과 내용들, 가구를 만들면서 정했던 규칙들. 바로 그러한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가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현대 목공에서 공구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등 실질적인 목공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다. 다행히 해외 번역 서적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제 목공에 취미를 가지고 조금 더 기술적 난이도를 높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거나 참고 할 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품과 제품의 경계는 무엇일까? 철학적 사고에 따른 작품과 제품의 개념은 개인마다 다르다. 이 또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려운 과제다. 적어도 작가라 함은 본인 스스로가 만든 결과물에 대하여 정의를 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 작품을 대하는 관람객으로부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작품으로 오랜 생명력을 지닐 것이다.

 

 

 

PS.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공방 창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목공으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모험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체계적이고 자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디테일한 내용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창업까지의 내용을 담았다고 하기에는 내용이 부족하다 생각된다. 오히려 나중에 관련된 내용을 블로그를 통해 따로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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