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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 문학동네

by Neuls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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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와 귀차니즘과의 전쟁으로 그동안 책을 멀리 했다. 물론 하루종일 톱밥을 먹어가며 일하다보면 집에 와서 책읽을 시간이라곤 거의 없다시피한다. 하지만 한편의 의무감과, 한쪽의 재미를 찾아가는 책 읽기는 이럴때 빛을 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러저리 인터넷 서점을 두리번 거리다 한 눈에 꽂힌 책이 있었다. 바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아주 오래전에 한 번 읽어봤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으로, 어렸을 적에는 자신과 비슷하다는 느낌과 생각을 가지면서 아파했던 그 감정을 지금도 느낄 수 있을지. 또는 그 때 보지 못했던 것을 지금에서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

 

1. 사회적 의무와 가족의 기대 속에서 스스로를 망칠 수 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슬픈 이야기

작은 소도시에서 살고 있던 한스 기벤라트라는 소년은 주변의 기대와 가족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는 아이였다. 뛰어난 공부 실력으로 주변 지역에서는 따라 올 아이들이 없었고, 다니는 학교 교장의 기대는 물론이거니와 지역 목사의 기대까지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매일 매일 공부에 매진하던 기벤라트. 스스로 그 공부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인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자신의 존재 의미는 공부에 있었으며, 신학교에 입학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에도 공부, 공부, 공부에 매달리게 된다.

그렇게 노력한 공부의 결실은 신학교 입학이라는 명예로운 결실을 얻게 된다. 모든 사람들의 축하와 기대는 물론이거니와 스스로도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에 입학했으니 그 기대는 말할나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시간, 그리고 공간. 낯설은 그곳에서 또 다시 공부의 굴레를 시작하게 되지만 기벤라트는 자신 속에 숨어있는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유일한 친구과 함께 공유하며 그동안 집중하던 공부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벗어남은 학교라는 구조에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스스로도 그 사이에서의 갈등으로 점점 병약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안고 있었던 두통이 점점커지기 시작하였고, 결국 신경증이라는 병명과 함께 자신이 살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돌아감은 기벤라트에겐 커다란 짐이자 부담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기대를 져버렸으며, 그에게 보장되었던 사회적 위치 역시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절망감은 그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해보고자 했던 그의 노력은 잠시 잠깐의 헛된 일로 끝나고, 결국 동네 강가에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구둣방 아저씨의 한 마디. "우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2. 사회적 규약과 의무감이 만들어 낸 허상에 발버둥 치다.

한스 기벤라트의 죽음은 단순히 한 아이의 죽음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는다. 가족과 가문에서 부여하는 의무감, 사회적 규약에 맞춰가야하는 노력은 아직 완전한 성숙에 이르지 못한 한 아이에겐 너무나 버거운 일이다. 더구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야 하는 개인적 성향을 무시한채 모든 것을 획일화하여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일상에서 너무나 버젓이 벌어진다.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지켜야 하는 상식을 넘어서 사회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위해 수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친구를 버려야 하며,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기억을 없애고, 스스로 원하는 무언가를 없애버린다. 결국 그의 기억은 지금 현재와 미래밖에 없으며 과거는 잊어버려야 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보장된 미래라는 것 역시 명확하지 않은 허상이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 많은 이유들로 인해 그 목표까지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삶 속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얻을 수 있는 미래는 확실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기벤라트는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강요 된 공부 속에서 버려야 했던 것, 바로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3. 그 당시 독일의 교육의 의미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의미

오랜만에 읽으면서 여렸을 적 감정의 느낌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새롭게 느끼게 된 부분도 있다. 바로 당시 독일의 상황과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고 부모의 강요로, 사회의 강요로 지금도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아이들. 과연 그것인 자신들의 삶을 위한 것인지.

그래서 오래 된 책이지만 지금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이들의 욕구와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래서 지금처럼 팍팍하고 냉정한 사회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상상력과 느낌, 그리고 생각들로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사회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 같다는 짧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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