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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 민음사

by Neuls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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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겪는 우울증이 있다. 그동안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던 미래라는 것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과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사회라는 공허해 보이는 공간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뚝 떨어졌다는 느낌. 자신이 있어야 하는 자리가 어디이고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기에 순간순간마다 느껴지는 두려움으로 온 몸을 떨어대는 것이다. 그나마 누군가 옆에 있어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다면, 그 순간의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낸다. 그렇기에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우연히 잘 맞을 것 같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행이라 느끼게 된다. 그 속에서 우연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 해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러한 우연과 행운은 쉽지 않다. 오히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서로의 두려움에 힘들어하게 된다. 또다시 그 사이에 불안이 찾아오게 되고, 다시 또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차례로 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그 자리가 메워질 거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불안의 간극은 그렇게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서로의 간극과 불안을 좁히는 방법을 점점 배워가며, 서로에게서 포기하는 것과 스스로에게 포기하는 방법을 배울 뿐이다. 오히려 한 구석에는 그 간극의 어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무뎌지게 만드는 것뿐이다. 그러다 어느 시간, 어느 장소, 어떤 날씨가 되면, 그 무뎌짐을 뚫고 나와 다시 불안을 느끼게 만들고 잊었던 그 기억이 사무치게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안정적이라고 위안을 삼았던 그곳이 생각보다 불안하며 내 속에 잠재되어있는 그 불안을 다시 느끼며 울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생각해보지만, 알아내지 못한다. 어느 순간 찾아오는 공황장애처럼. 단순히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의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며, 실제하고 있는 스스로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의 느낌인 것이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 태어날 때부터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종교를 찾아 위로를 받으려 하기도 한다. 때론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아 헤매이기도 한다. 누구는 각자의 위로를 위해 욕망의 다양한 방향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사회와 문명이라는 거창한 명사는 더욱더 거창해져가고, 그 사이를 메우려 노력하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발전이라는 딜레마는 인간을 그 속에서 더욱 헤매이게 만들 뿐일지도 모른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의 자리와 불안은 점점 더 커져갈 뿐 그것을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그 우울증 속에 불안해하며 자신을 감춰 살고 있다.

 

 

PS. 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이다. 군 복무시절 읽으면서 시덥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관통하고 난 뒤, 아직도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는 지금에 다시 읽어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오히려 그 감정의 선과 묘사 하나하나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고, 한편으로 그 불안이 조금 달라지게 느껴졌다. 역시 한 권의 책을 다시 읽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느낌을 전달해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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