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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39. 손가락이 부러지다.

by Neuls 202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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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두 달 전. 1115일이었다. 오랜만에 현장 일도 있었고, 이제는 다시 공방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일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지인의 공방으로 출근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먼저 공방정리를 하면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쌓여있던 목재들을 정리하고 치우기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꽤 많은 자투리 목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외에는 그냥 버리거나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인의 공방이기에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미리 치우고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후 정리에 들어갔다. 역시 꽤 많은 목재들이 쌓여 있다. 미리 사용할 수 있는 것들과 버릴 것들을 구분하고 마대자루에 담에 버릴 것들을 나누어 담는다. 그러한 것들 중에는 길거나 큰 것들도 있기 때문에 마이터쏘(각도 절단기) 등으로 절단하여 버리는 것이 좋다. 한참 정리를 하고 잘라야 하는 목재들을 마이터쏘에 올려 놓고 절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의 방심으로 절단하려던 목재가 틀어졌던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눌리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지 튀었다. 그리고 그렇게 튄 목재 하나가 약지 손가락을 강하게 타격했다. 처음에는 별 걱정하지 않았다. 공방을 운영할 때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고 시간만 지나면 괜찮아 졌기 때문이었다. 아직 얼얼함이 남아있던 손가락을 뒤로하고 남아 있던 목재들을 다 정리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던 손가락이 아직 부어있었고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예전의 경험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 혹시... 라는 생각이 들어 부랴부랴 집 근처 정형외과에 진단을 받으러 이동을 했다.

 

 

부어오른 손가락과 X레이 사진을 촬영한 후 의사의 진단. 약지 손가락 끝이 부러졌네요. 생각보다 오래가겠네요. 이렇게 부러지면 오래갑니다. 아프다는 생각보다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워놨던 모든 것의 시간을 늦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야 할 것들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고 그래서 조급한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잘 쓰지도 않고 힘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고 생각되는 약지 손가락 하나 때문에 모든 계획이 뒤로 밀리는 것이 쓰리게 다가왔다. 퉁퉁 붓고 임시 고정대로 고정한 손가락을 원망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짜증이 나고 속상한 것도 분명했지만 이렇게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너무 급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점검해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더구나 약지 손가락일 뿐이라지만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려 할 때마다 통증이 따라올 뿐이었다. 차라리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고 있던 분야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한동안 읽지 않았던 책들이 생각이 났다. 공방 운영에 관련하여서도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차라리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 시간에 계획을 세우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공부하던 것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전문적인 부분도 있었기에 동영상을 보고 책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주어진 시간이 많았기에 꽤 많은 진도를 나갈 수 있었고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멀리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했다. 소설 쯤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소설은 어려웠다. 전체적인 구도와 흐름,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읽는 다는 행위로 다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기 시작했고 대략 10권 정도를 읽은 듯하다. 이 외에도 공방 운영에 관련한 계획들도 어느 정도 정리 할 수 있었다.

 

 

뼈가 붙기 시작했다지만 아직도 힘을 주거나 움직이면 얼얼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두 달 가까이 움직이지 않았더니 손가락 끝 마디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에 가깝게 나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정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손가락이라는, 그것도 끝부분의 골절로 인해 주어진 시간의 경험은 특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생각보다 많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잃은 것이 있었지만 다시 그 속에서 얻는 것들이 있다는 것. 물론 이렇게 다치는 것보다 그 전에 이러한 사실들을 알 수 있다면 더 좋으리라는 생각... 그리고 모든 목공인들이여... 항상 안전목공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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