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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37. 맥락이 중요하다.

by Neuls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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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약속이 있어 나가는 것 이외에는 거의 집에만 있다. 하루 종일 보았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읽어야 할 것들을 읽다보면 거의 하루가 빠듯하게 지나가 버린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다보니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백수라 놀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좋을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체력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한동안 몸을 쓰는 일을 하다가 몇 달을 그런 생활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다보니 근력이나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할 때에도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했다면 이제는 지금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헬스장에 등록하여 하는 운동은 아니다. 체력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대단한 운동기구 없이도 할 수 있는 운동들. 기껏 해봐야 아령 정도가 필요할 정도다. 처음에는 1시간이 조금 넘어가는 정도였다. 시작부터 무리하여 할 생각이 없었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의 시간과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횟수가 늘고 무게가 조금씩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젠 시작하여 2시간이 모자를 정도가 되었으니 예상보다 많이 운동 시간이 늘어난 듯하다. 물론 효과는 확실하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제대로 하지 못하던 운동이었기에, 그와 중에 늘어났던 뱃살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몸이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니까. 이렇게 되고나니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날도 많이 풀렸고 아침이나 저녁에 달릴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운동의 마무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풍경 하나...

한창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할 때이다. 팀장이라는 직함을 가졌기에 팀원을 챙겨야 했다. 아직 30대도 안 된 앳된 청년들. 2년이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일의 과정이나 내용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할 수 있는 일들, 간단하고 전체적인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독립적인 프로젝트나 기획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조금은 무리한 요구를 했다. 향후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가정한 기획서를 작성해 오는 것.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준비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물어봐도 된다며 충분히 이야기 했다. 하지만 두 달이 다되어도 기획은 마무리 되지 않았다. 시간을 내어 물어봤다. 이러저러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다시 전체적인 그림과 일의 진행에 대해 설명을 하고 맥락에 대한 이해까지 풀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풀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작성할 수 있느냐 물어보았지만 결국 그는 그 기획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풍경 둘...

조금은 큰 가구 제작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다. 제작해야 하는 가구들도 많았고, 규모 역시 작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견적을 내고 의뢰자와 논의를 통해 비용과 제작기간까지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재를 주문하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과정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과 규모의 내용을 파악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단순히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하고 난 뒤 쌓아두어야 할 공간을 생각해야한다. 가장 마지막에 제작을 해야 하는 가구와 배송가기 직전까지 체크해야 하는 것들을 동시에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작업해야하는 과정이 모두 정리가 되어야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제작과정에서 문제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한 변수들은 각자 목수들의 역량에 따라 달리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단순히 목수의 실력이고 경험이고 노하우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 내어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고 이후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다시 녹여낼 수 있다.

 

 

하나는 사무적인 일이고 하나는 현장의 일이다. 어찌 보면 전혀 다른 일로 보이기도 한다. 하나는 육체를 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과 기획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두 가지 일 모두 다르지 않다. 일의 순서와 과정, 그리고 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의 내용과 과정은 다를 수 있으나 그 내면에서 동시에 관통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맥락의 이해는 자신만의 이해와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을 잘하는 동료가 있었다. 자신의 일을 너무나 잘 하는 친구였으나 하나의 일과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다보니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능력을 좋았으나 결국 결과의 실패에만 집중하던 그런 사람.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맥락을 설명할 수 있다면 다음 과정에선 그런 실수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결과도 분명 중요하다. 그 결과로 인해 실력을 인정받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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