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Furniture
  • Wood
  • Tool
Bookcase/Literature

얼음과 불의 노래 / J.R.R.Martin / 은행나무

by Neuls 2022. 1. 26.
728x90

 

 

 

 

 

 

 

 

어렸을 적 판타지 소설들을 좋아 했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환상의 일들과 이야기들. 기괴하지만 멋진 괴물들이 등장하며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가상의 동물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선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혼자만의 상상 속에 빠지기에 충분했다. 더 나아가 내가 그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며 멋진 세계를 꿈꿔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상상은 조금씩 줄어 들었으며 언젠가부터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던 까마득한 옛일로만 기억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즐겨보던 미국 드라마 광고를 보다 "왕자의 게임"이라는 드라마와 접하게 된다.

 

분명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그려진 판타지.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환상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져나가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가상의 동물들은 고작 늑대 몇마리와 얼음 속에 사는 좀비들은 몇번 출연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 속에 사는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들과 그 속에서의 벌어지는 일들은 현실의 정치적 일들보다 더 현실로 다가온다. 혹은 과거에 있었을 듯한 느낌까지주는 그런 이야기들. 하지만 그 내용이 비현실적으로 현실적인 내용으로 다가옴은 손에 땀을 쥐는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회의 내용은 다음 내용의 궁금증을 더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 다음이 궁금하여 드라마의 원작 소설인 "얼음과 불의 노래"를 읽기 시작했다.

 

 

드라마와 같이 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너무나 현실적이며 과거 어느 시대에 있었던 역사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오히려 등장하는 몇몇의 판타지적 설정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 우리 시대의 어느 땐가 용이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내용이 극대화 되는 부분은,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소설속의 인물들이 벌이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있다. 우연인 것 같지만 누군가 벌이는 음모가 뒤에 숨겨져 있었고, 다르게 접근하는 인물들의 모습 속에 또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성장해 가지만, 결국 치열한 왕좌의 게임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확인해 가는 주인공들. 바로 이것이 '얼음과 불의 노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의 또다른 재미 중의 하나는 진행되어지는 과정의 모든 내용에 각자의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전반부에 나온 하나의 사건과 이와 관련된 환상들이 나오는데 그것들이 다음 이야기를 이어져 나가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심인물로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 주인공의 태생적 배경과 다음 전개될 이야기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구성된 챕터들의 내용을 마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한가지 더 이 소설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욕구가 명확하게 들어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선한 것을 위해서 긍정을 찾고 오히려 자신의 욕구를 버리는 위대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유들 덕분에 고난을 겪게 되고 누군가의 선한 도움을 통해 그 어려움을 극복해 결국 선한 것이 이긴다는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얼음과 불의 노래'의 경우 소설 속 주인공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오히려 그 욕구를 위해 닥쳐진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기 정치적 음모에 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면 작가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권력화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는 면이 아닐까 생각된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7부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정작 1부에 해당하는 분량을 본다면 정말 엄청난 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벌써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도 진행중인 이야기이지만 그 다음이 기다려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허나 안타까운 것은 아직 우리나라 번역문화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여진다. 너무나 국문에 충실한 번역(예를 들어 바스타드 검을 서자검으로 번역)은 물론이거니와 표현상 앞의 문단으로 가야할 것을 뒤로 도치해 놓는 실수가 다분히 보인다. 물론 판타지라는 매니아적 장르를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의 느낌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장 번역의 실패로 손꼽히는 4부의 경우 재번역에 들어간 상태이다. 다음에 나올 5부도 제대로된 번역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물론 그렇다고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을 훼손하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번역 된 내용들이 전반적인 재미를 떨어뜨리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렇게 더운 여름날 더위를 잊을 재밌는 판타지 소설을 찾는다면 단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한가지 더... 4년을 기다리던 5부가 미국에서 출간되었다고 한다. 워낙 방대한 양(1,200여 페이지)이라 국내에 번역 출간은 1년정도 걸린다고 한다. 4부까지 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번더 꼼꼼히 읽어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찾는 재미를 맛볼 수 있게...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