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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 이영미 번역 / 은행나무

by Neuls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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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살아가야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걱정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냥 하루하루 동네를 돌아다니고 노는 것이 전부였다. 고작 걱정이라는 단어가 느껴지는 부분이라곤 숙제나 부모님이 내린 심부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시기를 지나 시간이라는 단어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이라는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소한 나에게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이러한 책임은 사회적 지위와 금전적인 안정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만 그 증거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인정 역시 표상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위치와 증거를 내어 놓기 위해 우리는 정신없이 살아간다. 처음에는 그것인 자신이 원하는 표상이라 자신하고 즐겁게 도전한다. 모든 시간이 신비롭고 자극적이며 이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자신한다. 그러면서 점점 높아지는 스스로에 대해 대견하게 느끼며 가슴을 한껏 내밀게 된다. 하지만 어느순간 그 즐거움은 사라지고 단지 그 모표만 존재하게 되며 정작 내 스스로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처음 느꼈던 그 즐거움마저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들 또는 표상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전문기업처럼 돌아가는 야쿠자의 중간보스지만 뾰족한 것만 보면 무서워 도망치는 사네. 어렸을 적부터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 묘기로 인정받아 왔지만 어느 순간 그 자리의 위태로움을 느끼게 되는 서커스 단원. 의료계에서 누구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를 수 있게 되었지만 파괴충동이라는 정신과 질병이 생긴 의사. 야구팀에서 중진의 위치로 확고한 에이스이지만 신예의 등장으로 입스라는 신경증이 생긴 야구선수. 마지막으로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이지만 자신의 소설에 확신을 가지지 못 하는 여류소설가.

 

이들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삶을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고 주목받고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삶이라지만 그 속은 그렇지 않다. 조바심내고 조급해 한다. 자신의 위치를 잃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처음 자신이 원하던 삶이었다는 것을 모두 잊어버린채.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깨닫지 못한 채. 그렇게 한계 상황에 도달했을 때 이라부라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면서 조그만 변화를 깨닫게 된다. 정신과 의사라지만 어색하고 어눌해보이며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항상 왕따를 당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말이다. 그 누구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인물. 그것도 밝고 쾌적해야 할 것 같은 지상의 병원이 아닌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지하에 있는 병원의 의사에게. 우리가 생각해보거나 상상해보지 못한 장소에서...

 

 

또 하나의 반전.

 

재밌는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의 자신들의 문제를 이라부를 통해 해결하고 새로운 삶을 또는 그동안의 과정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반전이 존재한다. 바로 그러한 이라부 역시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부 또는 사회적 지위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유명한 의사이고 큰 병원을 운영한다. 그동안 쌓아 온 부와 명예를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다. 하지만 독특한 아들 이라부를 생각하면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들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고액의 과외를 시키고 남들이 보기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강요했다. 그 결과 유명한 의대를 졸업하게 되고 자신의 병원 한 켠에 자리를 주어 의사의 경험을 쌓게 하였다. 나중에 자신의 병원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쩌면 이라부 역시 이런 삶을 살아 왔기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또는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그 변화로 지금 껏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필요한 작은 자극을 준 것 뿐일 것이다. 오히려 그 역시 지금도 자신의 고통스런 정신을 다스리기위해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들 삶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이라부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부와 지위가 없었더라면 그렇게 쉽게 행동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한계를 한 번 더 비틀어버림으로써 우리네 인생에 아쉬움을 전하고 싶은 것이 작가의 의도 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PS. 처음엔 그냥 평이한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쉬운 편이었고 결론도 어느정도 보였기 때문에 읽는 동안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난 뒤 생각보다 곱씹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도덕적 또는 성찰의 내용으로만 귀결되는 소설이 아닌 전혀 다른 내용이 숨겨 있는 듯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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