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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 미야베 미유키 / 북스피어

by Neuls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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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다. 어제가 있어야 오늘이 되고, 오늘을 지나야 내일이 온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그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어제의 경험으로 오늘을 고민하게 되고, 오늘의 고민이 다시 내일의 결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어릴 적 경험했던 기억이 쌓이고 쌓여 오늘을 지배하고, 그 지배를 어떻게 해석하고 넘기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전의 경험이 나의 경험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나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고, 그 일을 통해 내가 지배당한다는 것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때론 잊어버리려하고 때론 망각의 그늘 아래두어 찾지 못하는 듯 행동하기 마련이다. 가면을 쓰고, 화사한 옷을 입고 그 속의 그늘을 가려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 생각지 않는다.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이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어느 순간 떠오르게 되고 다시 눈 앞에 펼쳐지게 되면 다시 괴로움이 시작된다. 그 기억을 넘어서려는 몸부림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그리 쉽지 않고, 오래 걸린다. 수 많은 시간의 밤을 지새야 하며, 오르고 내리는 감정의 선을 간신히 붙잡으려 노력한다. 반복하여 생각하고 수없이 되새김질하여 그 형체가 무언지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해 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 그리고 과정. 그리고 나서야 한 발자국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고, 그래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모양새이다.

 

 

사람은 모두가 혼자서 배를 저어 시간의 강을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항상 등 뒤에 있고 보이는 것은 과거뿐이다. 강가의 풍경은 멀어지면 자연히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에 새겨져 있는 무언가라고. 301

 

 

아무리 괴로운 과거라도 그건 당신의 역사예요. 어제의 당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당신이 있고, 당신의 내일이 있는 거예요.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행복한 미래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아요. 461

 

 

미야베 미유키 소설 중 가장 무난하게 읽혔다. 자극적이고 거대한 사회적 의미의 역설이 크게 느껴지도록 쓰여지지도 않았다. 이제 막 탐정사무소를 차린 한 남자의 이야기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도록 평범하게 쓰여진 이야기들. 그래서 이번 소설에 실망할 수도 있고 바람빠진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를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사건이든, 음모론이든 그 속에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우리 사는 모습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 평범하고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 한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조금만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PS. 전작들처럼 화려하거나 심도 깊은 추리소설을 예상했다면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온라인 댓글들도 그리 좋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삶을 사건을 밝혀가는 한 탐정의 눈은 통해 인간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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