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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열린책들

by Neuls 2022.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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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채취는 다양하다. 일을 많이 했을 때에는 강한 땀의 냄새가 난다. 술을 마시면 독특한 술의 냄새가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피부로 드러나게 된다. 씻지 않거나 자신의 관리가 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더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몸 자체에서 나는 냄새들도 있다. 호르몬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의 냄새나 여성의 냄새, 또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냄새와 기분이 좋을 때 발산하는 신체적 냄새들이 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인간의 냄새들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이러한 냄새를 감추려 노력한다. 몸을 씻어 땀 냄새를 없애고, 더러운 냄새를 없애려 한다. 스스로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에게 느껴지는 그 냄새를 없애고 좋은 냄새를 통해 좋은 인상을 남기려 하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때론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향수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 좋은 사람인 듯 느끼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냄새를 드러내기보다 무언가의 냄새로 가리려 한다. 물론 그렇게 가리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을 숨기는 하나의 방편 중 하나일 테니.

 

 

남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또 다른 가면. 말이나 행동, 또는 옷 입는 스타일 등으로 자신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나 스스로를 감추는 또 다른 가면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냄새 또는 향기라는 가면이 추가된다. 독특하게도 눈으로 볼 수 없고 코로만 느낄 수 있는 가면. 시각 또는 청각으로 느끼는 것 이외에 후각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더욱 강력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은은히 퍼져 상대방을 설득하고 유혹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빠르게 발전하고 복잡다단한 과정의 관계를 맺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선 오히려 이런 향기가 더욱 필요할지도 모른다.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고,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나를 기억하게 할 수 있는 방법. 하지만 이러한 감추어진 향기들이 사라지게 되면 자신의 모습을 잃은 듯 당황해하고 두려워한다. 벗지 말아야 하는 옷을 벗어던진 것 같은 느낌, 나를 가려줄 수 있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 결국 주변에 퍼지는 자신의 향기가 전부인 것 마냥 느끼며, 자신은 어딘가 가려져 찾아보기도 어려워진다. 나를 잃어버리는 순간. 그렇기에 끊임없이 다른 향기를 찾아 헤매야하는 과정...

 

 

그렇기에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던 그루누이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존재였고, 악마였던 것이다. 존재 자체가 없는 존재. 아니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루누이의 선택은 자신의 냄새를 갈망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냄새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다닌 것은 아닐까.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냄새의 본질, 즉 겉으로 드러나는 냄새와 그 속에 감추어진 냄새의 차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이 없는 숲에서의 냄새와 들판의 냄새, 결국 어느 산맥의 높은 곳에 위치한 동굴에서 그 모든 인간의 냄새를 피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 속에, 인간들 속에 포함되고 싶었지만 자신만의 냄새가 없었기에 그럴 수 없는, 그런 그의 삶. 그렇기에 그는 사람들을 증오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 체 증오를 받아왔기에 그 속에선 다른 증오들이 채워질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로 우리를 치장하고 있고, 가리며 살아간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이미 멀리 던져버렸고, 자신의 냄새 조차도 맡지 못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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