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Furniture
  • Wood
  • Tool
Lecture/Book review

[목공책 리뷰] 021. 목공의 지혜 / 안주현 / 이숲

by Neuls 2022. 3. 27.
728x90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가구의 역사는 짧다. 이런 말을 하면 현업에 종사하는, 또는 전통가구를 만들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 온 가구의 역사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가구의 형태와 미적 감각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구의 역사가 짧다고 한단 말인가.”라고 일침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가구의 의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도구이지만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값싸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소비형 가구일 뿐이다. 이렇게 가구의 문화가 자리 잡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가구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외곡되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조금씩이나마 가구에 대한 관점과 인식의 변화가 느껴진다. 원목가구의 인식이 넓어지기 시작하였다. 생활에 필요한 가구이면서 집안이라는 공간을 표현하는 미적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케아라는 가구회사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였고 실제 이러한 관점은 점점 그 눈높이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프트우드 중심의 생활가구에 집중되었다면 얼마 전부터 하드우드로 제작되는 디자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구를 직접 만들며 취미로 활동하는 인구 역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이것은 공방을 운영하며 진행했던 교육에서 또는 주문제작을 하게 되면서 느끼게 된 부분이다.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무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이다. 목재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중 하나가 바로 수축과 팽윤이다. 공기 중의 습도 또는 수분에 의해 나무가 커졌다가 작아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구를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4계절이 뚜렷하고 습도의 변화가 명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계절마다 목재는 아니 가구는 팽창, 팽윤하며 움직인다. 이는 당연히 내구성에 영향을 주고, 미적 부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가구를 제작할 때에는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고, 그 시간만큼 삶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구들이 오래될수록 가구의 역사가 이어질 것이고, 가구를 바라보는 인식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당연히 지속되는 가구 문화를 만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론이 길었다. 이렇게 길게 써내려간 이유. 그것은 우리는 생각보다 가구에 대해서, 가구를 만드는 나무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물론 그렇다고 소비자가 이러한 가구의 역사 또는 특성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더 잘 알아야하는 사람들은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 즉 가구쟁이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목수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이론을 잘 아는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구들을 조금만 신경 써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오크라는 목재로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상판과 프레임을 나사로 그냥 고정하여 여름이 되면 다리가 휘는 가구, 의자의 안정감과 각도 고려를 하지 않아 조금만 흔들어도 흔들리는 의자 등. 수많은 가구들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판매된다. 그렇게 구매한 소비자들은 가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가구의 문화는 낮아지게 된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목공을 시작할 땐 나 역시 그랬다. 그냥 잘 만들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고 만드는 방법만 잘 알면 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작업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끄러운 상황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작하여 판매한 가구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누구에게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어쩔 수 없이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이 정리된 서적은 거의 없었고 있어도 아주 기초적인 자료들일 뿐이었다. 다행히 취목을 하는 사람들 중 블로그를 운영하며 해외 자료들을 번역하여 올려놓은 선구적인 이들이 있었다. 상당히 자세했고 이러한 내용들을 올려도 되나 싶을 정도의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기술과 관련한 내용은 당시 시작하고 있던 목공 유튜브를 통해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번역되지 않았던 원서들, 어렵게 검색하여 온라인 서점을 통해 구한 책들로 하나씩 쌓아갈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목공수업을 열 수 있었고 꽤 오랬동안 공방을 운영할 수 있었다그렇기에 목공에 대한 또는 목재에 대한 이해를 잘 정리한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만약 다시 목공교육을 시작한다면 책 한 권으로 끝낼 수 있다면 좋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그러다 얼마전 이 책, "목공의 지혜"라는 목공책을 만났다. 별다른 기대없이 책을 넘기기 시작했고 조금씩 이 책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는 마음과 이제 목공에 대한 인식 변화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우선 장점을 살펴보자. 단언하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국내에 발행된 그 어떤 목공책들보다 자세한 이론을 담고 있다. 기초적인 목재의 특성은 물론이거니와 과학적인 목재의 탄성강도, 그리고 함수율에 대한 이해까지. 나 역시 원서로 되어 있는 자료만 있어 이정도 까지 담고 있을 줄은 의외였다. 그래서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양한 목공공구의 소개를 비롯하여 현대 목공에서 사용하는 공구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처음 목공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 할 수 있는 부분, 즉 수공구 중심으로 시작하여 포기하게 만드는 어려움 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더 깊게 들어가면 수공구까지 이어질 수 있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또한 마감과 관련한 설명까지 담겨져 있어 이 책 한 권이면 목공과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점이라면 글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백과사전식으로 정리된 책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 생각된다. 이는 단점이면서도 장점이라 생각한다. 이해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말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하다보면 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설명하는 내용이 너무 짧으면 오히려 이해를 낮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점이라 한다면 생각보다 편집이 올드하단 느낌이 든다. 다양한 정보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생각되지만, 예전에 발행된 영어 목공책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받는다. 너무 감각적인 디자인도 부담되지만 다른 디자인이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가구 마감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이와 관련한 책이 번역되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목공의 지혜"라는 책은 분명 우리나라의 목공책 중 가장 중요한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목공과 관련한 내용을이렇게 정리한 책이 없었다. 이는 분명 목공의 대한 인식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으로만 바랬던 변화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반갑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쓴 지은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후 목공과 관련한 발전과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 이와 같은 책들과 정보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면, 다양하고 의미있는 목공의 문화가 점차 자리잡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목공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단점을 비롯하여, 목공기계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가구 제작에 필요한 깊이 있는 구조에 대한 접근은 부족하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과 더불어 현재 다양하게 번역되어 있는 책들을 함께 본다면 충분히 혼자서도 목공의 깊이를 더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PS.

이 책은 SNS를 통해 저자의 요청으로 리뷰를 작성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금전적인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님을 밝힌다. 책을 전해받고 맘에 들지 않는다면 리뷰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괜찮은 목공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근래에 들어 목공과 관련한 제목이 흔한 또는 오래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는 목공에 대한 의미부여가 적용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의미부여는 그만큼의 부담도 같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방법과 기본이 될 수는 있지만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향후에는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발간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자세한 마감과 관련한 내용이나 분야별, 예를 들어 테이블이나 책상 또는 의자 등 전문적인 영역의 책들도 나올 수 있다면 더욱 풍부한 목공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