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Furniture
  • Wood
  • Tool
Bookcase/Literature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안톤 체호프 /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by Neuls 2022. 7. 1.
728x90

 

 

 

 

 

 

 

우리는 평범하다고 일컫는 삶을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위해 씻는다. 간단히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출근시간에 늦지 않게 일어났음에도 조금의 조바심을 느끼며 부선을 떤다. 그날의 옷을 챙겨 입고 거리로 나선다. 지하철이다. 붐비는 것을 싫어하기에 항상 2~30분 정도 일찍 나서기 때문에 지하철은 아직 여유가 있다.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인지 벌써 주변의 사위가 밝게 보인다. 약간 부은 눈에 갇힌 눈동자가 피곤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지하철이 도착하기까지 핸드폰을 열어 뉴스를 검색하거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들을 찾는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직장의 사무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무실이 많은 거리엔 벌써부터 문을 연 커피숍에서 차 한잔을 손에 들고 자리에 앉았다. 하루의 기나긴 일과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 일과의 시작.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출근하기까지.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에서의 일과. 그 속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여기서 말하는 일은 단순히 업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수많은 말들, 또는 사건들. 우리는 평범하다 느끼고 살아가지만 그 속에선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아니 인식하지 못하거나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못하여 지나쳐버리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다. 얼핏 그냥 지나쳐버리는 시간의 순간일 뿐일 수도 있으리라. 그렇기에 잠깐의 인식 속에 들어왔다가 이내 곧 그 인식에서 멀어지고 잊어버리고 만다. 큰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무실을 흔들었던 사건, 업무와 관련된 어떤 일. 또는 집에서 벌어졌던 무엇. 그것들 대부분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흩어져 버리고 만다. 정말 자신이 기억해야 하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지나가는 시간만큼 그 속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하루의 일과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내면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메타포나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을 끈끈하게 이어주기도 하고, 때론 그 끈끈함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다. 무의식적으로 또는 아무 의미 없이 행동한 한다 하더라도 그것의 내포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삶의 모든 것에 의미를 두자는 그런 거창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져 그것이 이어져 있는 무언가를 읽어내는 것이 때론 새로운 재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읽어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상당히 많이 관조적이어야 하고 소리 내어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더 많은 것들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에 재미를 느끼고 그 내면을 해석하는 능력을 꽤 오랫동안 연습(?)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체호프라는 러시아 소설가. 그가 그런 인물인 듯 보인다.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일상 또는 사건의 구성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연결되어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어 표현하는 사람. 생각보다 많이 관조적이며 생각보다 많이 그런 것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지 않을까. 평범하게 또는 약간의 의미를 두고 하얀 종이 위에 적혀진 글들이 그것을 바라보게 만든다. 단편이라지만 단편 같지 않고, 무언가 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글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꽤 오랫동안 생각해야 하는 그런 책.

 

 

PS. 총 17편의 단편이 담겨진 책이다. 쉽게 잃히고 쉽게 이해되는 것 같지만 그 내면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 단편이지만 단편 같지 않다. 오히려 꽤 오랫동안 읽을 수 있을만한 그런 책이라 생각된다. 한 번을 읽고 다음에 읽어도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줄 만한 그런 책. 좋은 책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