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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35. 그냥 경험해 보는 게 나을 때가 더 많다.

by Neuls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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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꽤 많이 올라갔다.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미세먼지. 하루 종일 앉아 무언가를 읽다가 잠시 담배라도 피울 겸 옥상으로 나가면 뿌옇게 주변을 감싸고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세먼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입에 문 담배를 피울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습관에 불을 붙이고 만다. 생각해보니 벌써 2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려한다. 생각보다 추웠던 1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1년의 2개월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무심해지려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문득 올라오는 조바심과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들로 바빠지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누르고 읽어야 하는 자료들을 읽으려 자리에 앉는다.

 

 

이맘때가 되면 블로그의 유입수가 점차 늘기 시작한다. 처음 목공과 관련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새해가 시작되었을 때보다 2월 중순부터 4월 정도까지 블로그의 유입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1월 새해보다 이제 봄을 목전에 둔 2월의 하반기, 그리고 따뜻한 바람으로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겨나는 이 시점. 이 시점에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꼭 목공이 아니라 하더라도 운동, 여행, 취미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무언가를 찾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공방을 운영할 때 2월 초부터 관련한 자료를 준비하여 목공수업 홍보를 시작했다. 나름 공들여 만든 커리큘럼을 홍보하려 잘 하지도 못하는 디자인을 한다고 이것저것 찾아 붙여 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홍보를 하고 난 후 꽤 많은 수강생들과 상담과 이야기를 통해 일정을 조율하곤 하였다.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라지만 생각보다 귀찮았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겠지만 그것을 위해 설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당연한 과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당과정 중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하나가 있다. “과연 제가 목공을 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어쩌면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나 스스로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함께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더 크기 때문에 조심스런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런 대답을 하곤 했다. “그건 알 수 없어요. 자신이 모르는 가능성이나 능력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잘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한 번의 경험이 무언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면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살면서 가늠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많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선을 긋는 그런 사람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도덕, 사회적 규율 등 윤리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어떤 것들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만족, 또는 스스로의 재능을 찾는 분야라면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목공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하던 나의 감정을, 또는 생각을 꺼내는 과정에서 이러한 경험이 또는 이러한 기술이, 또는 이러한 경험이 다른 무언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목공을 배우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그 시작이라는 초입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용기를 내시길 바래본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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