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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Idea

[공방 실패기] 006.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 두 번째

by Neuls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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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공구 또는 측정공구라 할 수 있는 직각자이다. 하지만 그 활용 방법을 제대로 알고 적용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가구 제작의 기술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일이 있다. 가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경험,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다. 먼저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배우는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고 좋은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잘 배울 수 있는 공방을 알아보았고, 공방을 운영하던 곳보다 먼 곳이었지만 출석을 하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희망은 딱 한 달 만에 끝나버렸다. 수업을 시작했던 첫 날 그러한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교육과정과 교육을 대하는 공방장의 태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 나에게 맞지 않으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더 이상 목공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 먼저 말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배우려했던 목공과정은 바로 수공구를 활용하여 짜임 방식으로 가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고 하루하루 수익 또는 한 달의 벌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선 전혀 맞지 않는 방법이었다.

 

 

 

수공구와 짜임. 목공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톱과 끌, 그리고 대패 등의 수공구를 활용하여 가구를 만드는 방법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져 왔던 가구 제작의 방법이다. 얼핏 보기엔 이러한 수공구를 익혀 가구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생각할 수 있다. 가구 제작에 있어 어떻게 적용할지를 배울 수만 있다면 쉽게 제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나 역시 그런 생각이 있었다.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배울 수 있다면 그 다음은 나 스스로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자만이었고 과신이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경험이 필요하며 수공구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려면 몇 년이 걸려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공구를 활용하여 가구를 만든다고 하면 가구에만 집중한다.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수공구이다. 그런 가구를 만들기 위해선 수공구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가구를 만드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패를 사용하려면 목재의 표면을 얇게 가공할 수 있도록 날물(날물은 목재를 깎아내는 쇠를 뜻한다.)을 예리하게 연마해야 한다. 이렇게 연마를 하기에 앞서 대패집(대패의 목재부분)을 원하는 형태로 자신의 손에 맞게 수정을 하고 정리를 해둬야 한다. 그리고 날물 연마를 위한 각도와 뒷날과 앞날의 각도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숫돌, 즉 거친 숫돌부터 시작하여 고운 숫돌들을 활용하여 스쳐도 베일 정도로 연마를 해야 한다. 이런 연마를 위해선 자신의 신체와 힘의 정도, 각도를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감각과 경험이 필요하다. 아마 이렇게 이야기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테니 그냥 넘기려한다. 그냥 수공구를 익힌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 시간의 과정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 이상 빠르게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 다른 방법, 지난번에 이야기한 방법으로 가구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수공구 그리고 짜임으로 제작하는 방법은 한 동안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2년 여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다. 그동안 꽤 많은 가구를 만들었고 판매도 하였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실패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실수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나만의 방식으로 가구제작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된다. 어떤 가구를 제작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목재가 소요되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대략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주문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필요한 시간을 배분하여 능숙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가구를 제작하고 있던 때였다. 필요한 목재들을 가공하여 만들고 있을 때 문득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항상 같은 방식,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어렵고 힘들게 쌓기 시작한 경험들에 더 나은 실력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 2년 전에 잠깐 경험했던 수공구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는 조금 공방에서의 여유 있었고, 짬나는 시간마다 연습을 하면 가능하리라 예상하기도 했다.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끌과 대패를 꺼내 놓고 날물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 될 리가 없었다. 아직 끌을 어떻게 연마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선 욕심일 뿐이었다. 결국 한참을 그렇게 연마를 시도하다 다시 책과 온라인 검색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은 유튜브였다. 물론 국내 목공관련 유튜브는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다만 해외 유튜브를 중심으로 수공구와 관련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천천히 영상대로 따라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순히 따라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과정에서 손끝과 파지법,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 등을 조금씩 배워갈 수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깨닫게 된 것 중 하나는 어떤 공구를 사용하던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 과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획일화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 결과물로 나아가기 위한 기준은 있으나 그 과정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조건, 즉 힘, 체격, 필의 길이 등 다양한 것들을 자신에게 맞춰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거치고 정리를 할 수 있어야 다음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조용해진 공방. 물을 담은 고무통에 다양한 숫돌들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숫돌 위에 연마를 하고 있는 끌이 수 없이 반복되며 특유의 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칼을 가는 소리와 별 차이가 없으니까. 그렇게 조용하고 정막한 공방에서 혼자 연마를 하다 오싹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피식 웃어넘긴다. 그런 느낌보다 이미 오랫동안 물에 닿은 손가락은 불었고, 연마를 하다 숫돌에 손가락이 같이 연마되며 피가 나기도 했기에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했다. 처음 하나의 끌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 위해서 2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면 그 후에는 1주일로 줄어 들었다. 그래도 계속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연마된 날물이 맘에 안 드는 것도 있었고 공부한 내용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틈만 나면 연습했고 때론 하루 종일 서서 끌만 연마했던 기간도 있었다. 물론 지겹다 느껴질 때에는 손 톱을 연습하기도 했고, 대패날을 연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끌을 가는 것이었다. 좁고 원하는 각도로 연마를 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조금은 원하는 만큼의 상태로 끌을 연마할 수 있었고 연마하는 시간도 꽤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끌 세트 한 벌을 구매했다.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연마하는 시간과 연마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끌 연마의 결과물을 봤을 때의 기분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또 다른 무언가를 나만의 경험과 기술로 익힐 수 있게 되었다는 기분. 어디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남달랐다.

 

 

 

 

 

 

이렇게 끌과 수공구를 연마해 내었다고 끝은 아니다. 짜임을 위한 원리와 원칙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고, 그 기본을 바탕으로 내가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 더 나아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했다. 솔직히 말하지만 짜임을 적용하는 방식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어려웠을 , 수공구를 연마하는 것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패와 손 톱은 조금 다르다. 대패와 손 톱(대부분 등대기 톱이라 이야기 하기도 한다.)의 경우 자세를 잡아야 하고 깔끔하게 가공할 수 있기 위한 노력이 별도로 필요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과정을 다시 거쳐야 했던 것이다. 이런 지난한 과정에서 한 가지 얻게 된 것이 있다면 생각보다 수공구와 짜임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어떤 이들은 현대 목공에서 오래된 기술이라 폄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대 공구로도 할 수 없는 작업을 수공구로 쉽게 대처가능한 경우가 꽤 많다. 짜임 역시 근래에 들어선 미적인 요소로 사용되어 가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부분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럼 지금 당신은 짜임을 잘 하는가 라고 질문한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한다. 그렇게 연습을 했음에도 아직 그 원리와 상황에 따른 대응을 다 경험해보지 못했다. 아직도 어설프게 작업할 때도 종종 있다. 그만큼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해야 하며 더 연구해야 가능한 과정이다. 일명 장인이라 불리는 목수들처럼 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긴 여정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진 않는다. 현대 목공에서 수공구와 짜임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그것 말고도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지만 그 과정을 즐겁게 경험해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더 크기에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되면 그 과정을 다시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직 미완성이기에 더 기대가 되는 그런 과정이라 생각한다. 만약 다시 공방을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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