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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Art

사진의 털 / 노숙택 / 씨네북스

by Neuls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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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을 쪼개서 살 수 없다. 수학적으로 또는 계량적으로 1초와 1분, 그리고 1시간을 분류하고는 있지만 그져 그 시간을 구분하지 못한체 흘려보내고 있다. 한 순간이라도 그 흘러가는 시간을 쪼개서 멈출 수 있다면 그것만큼 멋진 일은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을 반드시 멈추어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수 없이 많은 숫자의 흐름을 한 순간, 멈추어 잘라내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사진이라는 기술이다. 기쁜 일이던 슬픈 일이든, 순간을 멈추어내고 모든 색이 바랠 때까지 언제고 그 당시의 이미지와 풍경을 담아 낼 수 있는 사진. 이것이 사진의 기본적인 기능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진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들과 다양한 대상들이 존재한다. 각종 신문과 같은 미디어의 방식으로 사진을 활용한다.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가족을 찍어내며, 친구를 찍어낸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담아내려하고,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순간이나마 잡고 있으려 노력한다. 그럼 사진의 의미와 존재가 여기까지 일까? 아니다. 오히려 더 나아가고 더 풍부하고 더 넓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는 것. 그것이 바로 사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허나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생긴다. 사진은 시간과 상황을 잘라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후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단 한장만의 사진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많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사진으로 인해 전달하고자하는 이야기가 왜곡되기 일쑤이다. 전혀 다른 의미로 이미지가 읽히며 의도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러한 사진들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더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찍은 이유가 무엇이며 자신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이런 이들이 바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다. 무수히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세계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고 이야기를 찾아 한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그 뜻과 생각을 전달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을 위해 지금도 거리를 헤매이며 사진의 상을 남기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노순택이라는 사람이다.

 

1. 사진을 위한 고민과 사람을 위한 고민

사진이라는 기술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특히 사진이라는 문화와 역사적 위치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러하다. 더 나아가 이제는 종말을 맞이했다고 이야기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경우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순택은 지금도 거리에서 한 장의 사진을 찍기위해 한시도 쉬지 않는다. 그럼 왜 그는 그토록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일까. 바로 이번에 그가 3년간 찍고 써내려간 이 책을 보면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거리에디에선가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의 사진, 또는 저 위태위태한 첨탑위에 올라 홀로 외치는 사람의 사진. 사회적 억압과 고통 속에서 무엇이 옳은 가치인가를 끊임없이 외치는 사람들의 사진. 이런 사진들이 노순택의 사진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사진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을 잘라내어 전후의 맥락을 읽어가기가 쉽지 않지만, 노순택의 사진은 그렇지 않다. 앞, 뒤의 이야기를 지금 찍힌 사진을 통해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왜 이 사진을 찍었는지를... 그것이 우리를 위한 사진이라는 것을. 사람을 위한 사진이라는 것을...

 

2. 사진의 기술과 그 의미를 담는 방법

사진의 털이라는 책에서 노순택이 이야기하는 고민 중 하나는 사진이라는 것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야 할 것인가의 고민이다. 사진이라는 것이 시간과 상황을 예리하게 자르는 기구이기에 전후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체적인 이야기와 의미를 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진 본래의 의미는 재해석되거나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순택 역시 이러한 사진의 한계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수없이 시도 한 것 같다. 상황 속에서 단 한장의 사진으로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하지만 노순택을 그것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고백한다.

그래도 노순택은 지금도 거리에서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뛰어다닌다. 그런 사진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찍은 사람의 의도와 생각이 반드시 사진에 담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가지면서. 이것이 의미를 담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려주는 듯이.

 

3. 단순하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 만의 사진들.

이 책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이 바로 그의 사진들이다. 개인적으로 다큐사진들에 관심이 있기에 많은 사진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다큐 사진들을 챙겨보려 하고 있다. 각자 다큐 사진가들의 성향과 사진을 찍는 개성들이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여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생각과 대상의 의미를 흔들리게 찍는 사람도 있다. 또는 직접적이고 대담하게 촬영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그럼 노순택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면 잘 정리된 그림 하나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깔끔하게 정리된 프레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다가가지도 않은 사진. 어찌보면 애매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잠자코 보고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된 풍경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프레임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시선은 무언가를 갈망하며,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 싶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거침없는 시선과 표현, 하지만 그렇다고 잡다하거나 무언가를 떠드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꼭다문 입과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꼭 쥔 풍경이 대상의 심리와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플래시의 사용으로 대상의 이미지를 극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지금껏 봐온 다큐 사진들에선 플래시를 사용한 사진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대상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협적이지 않기위해, 또는 자연스러운 빛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사진이라는 전통적인 주장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허나 노순택을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대상의 이미지를 주변과 불리해내거나 아니면 주변과 조화롭게 만든다.

 

 

 

PS.

기술이 발전하고 문화적 욕구가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디지털의 시대가 되어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독특한 것은 사진에 대한 관심은 많아졌지만 사진을 읽으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위한 연습을 위해선 다른 사람의 사진과 내용을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현장에서 자신의 사진을 정성스럽게 담아 책으로 출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그 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는 듯하다. 좀더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자신의 사진과 이에 대한 작은 설명을 담은 이 책으로 좀더 많은 이들이 사진을 읽는 시간을 가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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