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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주 여행기/Section 01 타다

001. 해안도로 & 내륙도로

by Neuls 2022.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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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도로, 이렇게 생겨먹었다

TV를 켰다.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채널을 돌렸다. 이번엔 막장 드라마 재방송이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과 괴팍한 시어머니의 결혼 반대로 주인공들이 시련을 겪는 내용이다. 다시 채널을 돌렸다. 마감 임박을 알리는 홈쇼핑 광고. 49,900원짜리 어떤 제품이 럭셔리하게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중국산 같아 보이는데 5만원 받으면 될 것을 100원을 깎아준다는 꼼수가 우스워 다시 채널을 돌려버렸다. 이번엔 타 방송사의 10분짜리 뉴스다. 노조의 파업으로 정규보도가 불가능하다는 모 방송국의 뉴스였다. 전원을 꺼버릴까 하다가 마지막이라는 심산으로 아무 번호나 눌러버렸다. 바뀐 화면 속에는 어디서 한번쯤 본 듯한 해안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매끈하고, 우아하며, 섹시하고,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도로가 해안을 따라 살아있는 생명처럼 어디론가 질주하는 모습이 화면 가득 채워지다가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화면은 멈추고 차량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자동차 광고였던 모양인데 문득 배경이 궁금해졌다. 화면 속 모델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차량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지만 나는 모델 뒤편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시선을 모았다. 제주도였다. 그 외제차량이 질주해온 도로 역시 대한민국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국제관광지구 제주도의 해안도로였다. 광고가 끝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코발트블루를 쏟아 부은 바다가 한쪽 면을 차지하고, 다른 한 곳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오름과 한라산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펼쳐진 모습이 계속해서 눈에 아른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로를 타고 원하는 곳 어디라도 내 마음대로 질주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언제나 동경해 마지않던 꿈의 섬, 제주도에서 말이다.

 

 

 

 

자꾸만 생각이 그쪽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늘 생각 속에만 머물렀던 계획을 이번엔 마음 단단히 먹고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일정을 살피고, 저가항공사도 기웃거려 보았다. 요즘 저가항공료는 성수기를 피하면 KTX보다 저렴한 티켓을 구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렌트였다. 오로지 질주 본능만 몸에 베여있을 뿐 경제적 능력은 몸 밖에 있었으니 말이다. 체류비도 걱정이었지만 차 안에서 해결하면 그 뿐. 계획이 점차 구체화 되니 없던 용기도 마구 솟아났다. 인생 뭐 있다더냐. 달려보고 나서 후회하지 뭐. 아무튼 어느 정도 예산이 마무리 되니 이번엔 제주의 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그곳 도로에 대한 정보를 미리 꿰어보고 내려간다면 보다 블링블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지 않나 싶어서다. 제주의 도로체계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역사는 대략 19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윤선(기관선)이라는 도로가 조성되면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수단으로 포장도로가 생겼다는 기록이 보였고, 한라산을 관통할 수 없으니 그를 중심으로 거미줄 형태의 도로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눈에 띄었다. 특히 현재의 도로체계는 패망을 앞둔 일제가 마지막 보루였던 제주기지를 구축하기 위한 방편에서 시작되었다는 구절에선 송곳 하나가 가슴 한 곳을 찌르듯 아파오기도 했다. 제주의 도로를 열공하다 보니 한편으로 섬을 바라보던 일제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었고, 그들에 의해 남겨진 각종 진지와 토굴, 무덤, 유적 등에서 때로는 아픔이, 분노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휘몰아치듯 밀려들고는 했다.

 

 

사람에겐 누구나 일탈이나, 질주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고, 사업을 하고, 농사를 짓거나, 심지어 병든 사람에게조차 일탈에 대한 욕망은 원초적 욕구의 표출인 것이며, 질주는 갇혀있는 현실을 탈피하려는 불만의 해결방안이라는 말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일상에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뛰거나 걷는 것으로 해독하려는 자기 정화의 방식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질주하기 위해 제주를 찾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치유의 땅이 되는 셈이다.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다운 해안과 장엄한 비경의 증거가 되고 있는 한라산, 그리고 섬에서 만나는 또 다른 섬 이야기 우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섬이다. 해안도로를 완주하고 내친김에 내륙도로까지 탐해보려면 족히 3 4일에서 4 5일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승용차라해도 관광지에서 체류하게 될 시간과 식사시간, 그리고 안전운전까지 고려하며 이동하다 보면 하루 동안 다니게 될 거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선 가보고 싶은 여행지의 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한다. 절대로 욕심은 금물이며, 한 곳에서 충분히 즐기고 이동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승용차와 스쿠터, 자전거 여행자들 간에 크고 작은 사고가 거의 매일 발생한다는 보도도 있는 터이고, 무엇보다 국제적인 관광지인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와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 말고도 어디 한 둘일까 싶어서 그렇다. 여행 중에는 날씨와 계절 또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중산간 도로의 경우 늦은 봄까지 눈이 내리기도 하거니와 그늘진 곳엔 결빙상태가 남아있어 승용차는 물론, 스쿠터 여행자들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섬 지역답게 수시로 비가오거나 내륙 깊숙한 곳에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오너드라이버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다시 말하지만 제주도는 섬이다. 그것도 4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어디를 가더라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매혹적인 절경으로 가득한 해안가, 제주 농민들의 전원생활을 엿볼 수 있는 목가적 풍경, 그리고 제주 어민들이 금방 잡아 올린 해산물들로 활기가 넘치는 항구의 모습까지 다양한 재미가 풍성한 곳이 바로 제주도다. 이렇듯 제주도가 들려주는 풍경의 끝자락을 마음에 담아가며 이제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는 말을 함축된 제주 고유의 언어 놀멍 쉬멍 다닙서예를 명심해 가면서 말이다.

 

명랑, 발랄한 드라이브를 위해 부득불 지켜야 하는 것들

 

1. 제주도의 주요 드라이브 코스는 대부분 왕복 2차선이다. 갓길이 없어 체감 폭은 더욱 좁게 느껴진 다. 항상 조심해야하고, 언제나 주의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혹여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에서 미쳐버릴 것 같은 풍경과 조우하게 되더라도 절대로 넋을 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

 

2. 자가용, 스쿠터, 자전거. 이 들 세 운전자의 공통점은 서로가 서로에게 복병들이란 사실이다. 언제, 어느 때, 어디서 불쑥 마주치게 될지 모른다. 들뜬 마음으로, 또는 시간에 쫓겨 여행하다 보니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고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로서로 피해가 되지 않게, 불필요한 오해는 최대한 줄이며 여행을 즐기도록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거리의 성자 올레 꾼을 만났을 때는 그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3. 나이 지긋한 도민들에게 제주의 도로는 앞마당 같은 곳이다. 자기 집 마당에서 차를 조심할 사람은 없는 법이다. 오직 운전자가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특히 해안도로는 제주도민들이 생활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생이 뜯은 것 말려야지, 미역 줄거리 널어야지, 젖은 오징어 햇볕에 널었다가 저녁에 다시 거둬들이다 보면 아무 때고 도로를 질러 다니는 경우가 많다. 부디, 조심하자.

 

4. 강풍이나 태풍 등이 예보되었다면 해안도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파도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5. 추월이나 양보 시에는 항상 비상등을 켜주는 에티켓을 지키자. 제주 도민들 중에는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가 더러 있어 이해가 되지만, 같은 여행자끼리는 서로의 기분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 그럼 준비됐나요? 시동 걸고~ 브레이크 풀고~ 연료 확인하고~ 네비게이션 켜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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