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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 김연수 번역 / 문학동네

by Neuls 2024.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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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영상이 있다. 고즈넉한 또는 조용한 어느 공간. 저멀리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온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회색 면티 위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다부진 몸 때문인지 아니면 더워서인지 몇 개의 단추가 열려있다. 원래의 색이 바래서인지 아니면 그가 하는 일 때문인지 청바지 고유의 색보다 진하듯 아니면 연한 듯한 느낌이 든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걸음이 힘차게 들리지만 무언가 힘든 듯한 기색이 전해진다. 그가 지나간 자리의 가구들 위로 내려 앉아있던 먼지들이 갑자기 날아 오른다. 그동안 그가 외부에서 뭍혀 들어온 먼지들이 지나가면서 공기 중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한다. 저녁 무렵 태양의 사선이 창을 통해 들어오면서 그런 풍경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표현하는 그런 영상.

 

 

많은 말을 한다고, 또는 장황한 표현을 한다고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제되고 상상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풍경만으로도 하나의 사건, 또는 하나의 사실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영상에서 그러한 풍경을 자주 만나게 된다. 물론 반드시 영상으로만 이러한 풍경을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 속에서도 이러한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전후의 이야기들 다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단문의 짧은 글 속에서 그러한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한 풍경 하나로 주인공의 상황,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거기에 더해 서로가 이야기하는 등장인물들의 상황들이 그러한 흐름을 더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독자는 그 의미를 찾아 나서게 되고 그 이야기 속을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는, 또는 이야기의 깊이를 더욱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그런 소설들이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렇게 묘사하는 작가를 많이 보지 못했다.

 

 

작가 각자의 스타일과 묘사의 중심에 있어 그런 것들을 오히려 배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흐름보다 단어 하나의 중요성 또는 사건의 중요성만 도드라지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독서하는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각자의 장점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 대성당의 경우 앞에서 이야기한 그 묘사가 남다른 책이다. 그렇다고 풍경과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풍경의 분위기를 짧은 단문과 느낌을 전달 할 수 있는 단어로 거것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만으로, 더 나아가 별 의미없어 보이는 그런 것들이 그 분위기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짧은 단편들의 이야기들이기에 오히려 이런 것들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황 하나 하나를 영상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잘 묘사한 글을 본적이 없는 듯하다. 그만큼 매력적이었고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었고 한 편의 글을 읽었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흐름을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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