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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미국의 목가 / 필립 로스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by Neuls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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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꺼내 들었을 때에는 제목을 믿었다. 미국의 목가. 미국 어느 지방 또는 시골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지루하겠지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일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러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분명 그 안에선 갈등과 관계의 풀어헤침이 있을 것이다. 반전이라 하더라도 그 범위 또는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머리를 식히기에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첫 장의 시장과 전반부의 흐름은 거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삼 분의 일 이 넘어서는 순간부터 예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되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이는 편안함 또는 안정적인 분위기는 어디 간데 사라지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조금은 적당히 넘어갔으면 하는 기대와는 달리 그 수렁은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기 시작하고 표피 들추기를 넘어서 아예 그 표피를 걷어내 생살을 드러낸다. 그 따가움과 쓰라림. 그리고 화끈거림. 바늘로 꾹꾹 눌러 통증을 직접 느껴보라는 듯 전개되는 흐름은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러움까지 전해진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까지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오기로 또는 의무감으로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소설은 끝까지 이어지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땐 진이 빠진 듯한 느낌. 그러니까 읽기 위해 모든 힘을 소진하고 소설 속의 이야기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오래 전에 읽으며 고통스러웠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았던 백년의 고독이 떠오를 정도로..

 

 

쉬운 소설이 아니다. 한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소설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그 가족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시대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가족의 특수성, 즉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방인(유대인)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사회적 인식과 사건들. 그리고 정치적 상황과 세계사적 사건들의 유기적인 관계들. 하나의 개인이, 또는 가족이 짊어져야 했던 그 모든 의미들이 사건과 현상으로 드러나고 그것들이 직접 개인들의 삶으로 영향을 받은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들을 더욱 증폭시키고 불편하게 만드는 간결함, 또는 반복적인 서술들은 예쁘고 아름답게 포장되어 있는 무언가의 표피를 걷어내고 그 속살을, 또는 그 속살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가감 없이 지켜보라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꽤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책장을 덮고 시대의 상황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당시 유대인들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생각과 한 가족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정착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까지. 정치적 상황뿐만 아니라 경제적, 세계사적 상황에 대한 이해까지도. 어쩌면 복잡다단한 이해와 상황들을 모두 고려한다 한들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하여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어쩌면 나와 다른 이들, 다른 가족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한다지만 그러한 표피를 들춰낼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거니와 그렇게 접근할 수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과정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다만... 나이고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흐름과 이해의 폭은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것은 굳이 힘들게 파고들지 않아도 전해지는 무엇이기 때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살아가는 일의 본질은 아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 어쩌면 사람들에 관해서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것은 잊어버리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최선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래, 그건 정말 복받은 거다. P62

 

 

 

 

PS. 오랜만에 힘들었던 소설이다. 서술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건들, 상황들의 연계 점들이 혼란스럽게 이지기에 더욱 그러했던 듯싶다. 더구나 두 권으로 되어 있기에 1권을 끝내고 2권으로 넘어갈 때 느껴지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만 잘 따라갈 수 있다면 기억에 남을 만큼 힘이 있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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