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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주 여행기/Section 02 걷다

010. Olle 올레길

by Neuls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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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le

그 참을 수 없는 열망에 대한 26가지 보고서

 

 

사실 올레라는 명칭은 바람이 만들어 냈다. 망망대해에 납작 엎드린 섬은 유독 많은 바람을 소유하고 있던 탓에 내륙 곳곳을 휘젓는 해풍은 여간 성가신 문제가 아니었다. 바람을 막아낼 아무런 보호막이 없던 제주 사람들은 지천에 널려있는 돌을 이용해 마을 외곽부터 집 앞 골목에 이르기까지 높낮이 담을 쌓기 시작했는데 올레길은 바로 큰길에서 집 앞 대문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었다. 제주의 드센 바람은 실로 어마어마한 풍량을 자랑했는데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사방으로 불어왔기에 돌담의 입구로 들이치는 바람까지는 막아내지 못했다. 때문에 마을 입구로부터 집 앞까지 주변에 널려있는 많은 현무암을 이용해 돌담을 쌓아온 것이었고 일부러 구부지게 만든 것도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던 셈이었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그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하학적이고, 서정적인 돌담들이 낯선 여행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고 있는지 말이다. 제주의 수많은 돌담들은 돌, 바람, 여자로 대변되는 삼다도의 상징성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있던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걷기여행의 신드롬을 불러오며 전국 각지에서 생겨난 길 여행지들은 모두 제주 올레길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은 언론인 서명숙씨에 의해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개발했다. 2007 9 8일 제1코스(시흥초등학교 ~ 광치기 해변 구간.  15km)를 시작으로 2012 9월까지 총 26개의 코스가 개척되었다. 명실상부 제주 외각을 연결하는 올레 벨트가 완성된 것이다. 주로 해안지역을 따라 모래해변, 바윗길, 마을 골목, 농로, 평야, 오름 등을 걷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우도, 가파도, 추자도 등 주변의 작은 섬을 순회하는 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각 코스는 평균 길이 15km, 소요시간은 대략 5~6시간 정도이다.

 

 

2012년 기준으로 올레코스를 방문한 여행자 수는 대략 30여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설 첫해를 제외하고 한해 평균 4~5만 명이 올레길을 찾은 것으로서 단일 관광아이템으로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하지만 올레길을 찾은 인구가 이렇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는 교통시설이나 환경은 아직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올레길의 경우 출발과 종료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정확한 교통정보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종료 시점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평균 소요시간이 4~6시간 거리지만 해가 짧은 동절기나, 우천 시, 또는 난코스가 많은 올레길을 걸을 경우 가능하면 오전 10시 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으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각 코스별 숙소픽업, 파출소, 콜택시, 올레지기 등의 전화번호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태란 인적이 끊긴 곳에서 일몰을 맞게 되거나, 핸드폰이 수신되지 않는 곶자왈 지대를 통과하는 경우인데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거나 대로변으로 이동해 전화해야 하며, 해당 코스 지도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빠른 판단에 도움이 되므로 꼭 지참해야 한다. 제주도 측은 버스노선 안내도를 지도형식으로 제작해 공항, 부두, 터미널, ()제주올레, 관광안내소 등에서 배포하고 있는데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쉽게 구하기는 어려운 편이다. 대용으로 나눠주는 약식 도표가 있지만 알아보기 복잡할뿐더러 정류장을 찾기도 쉽지 않아 자세한 정보가 기록된 여행서적을 준비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버스지도를 미리 다운받아두면 요긴하다.

 

 

제주 올레 길을 걸으며 우아한 여정을 상상했다면 지금이라도 먹은 마음을 다시 수정하는 것이 옳다. 올레 길은 결코 쉽거나 편한 여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깨달아야 한다. 엉덩이에 흙이 묻고, 때때로 신을 벗어야 하고, 옷은 땀에 찌들 것이며, 발바닥은 부르트거나 물집이 잡히고, 다리는 천근만근이 되어서야 종착지에 다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올레 길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은 오직 풍경 속에만 머물러 있을 뿐 길 위에 서있는 여행자는 누구나 고행자요 철학자로 성찰해가는 것이 올레 여정의 본모습이다. 마음을 비우고, 그저 자연의 일부로 녹아들어 무작정 걷다보면 어느 순간 올레길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고 비로소 길과 하나가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느낌이 얼마나 위대한 경험이며 값진 성취인지는 오직 올레 길을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올레 길을 처음 찾는 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레를 시작하기 전의 마음과 완주하고 난 뒤의 마음을 어떤 형식으로든 꼭 기록해 보기를 권한다. 비록 행색은 초라해졌어도 몸은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엔 눈부신 햇살로 가득한 자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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