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빴다. 그러니까 작년 10월부터 갑자기 여기 저기 일이 많았다. 그동안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들어오는 일들을 잠시 미뤄두었는데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졌기에 일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집중하는 만큼 바빴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지방을 돌아다녀야 했고, 익숙하지 않던 일들도 해야 했다. 오랜만에 일들로 조금 버거운 것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일에 적응했다. 그러다 12월에 들어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너무 지방이고 일하는 사람들도 잘 오지 않는 그런 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이 있었다. 열악한 환경과 임금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그런 일이었고, 두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었기에..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연의 끈을 헤치기 싫었기에, 그리고 젊었을 적 갈 곳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할 때 한동안 의탁을 했던 선배이기에 뿌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12월을 걸쳐 1월 말까지 작업에 참여했다.
집을 짓는다는 것. 어찌 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가구나 실내 인테리어 일만 하다가 집을 짓는 일은 기간과 일의 양만큼 큰일이었다. 벽체를 세우고 배관작업을 한다. 이와 함께 전기 작업이 결합되어 구획된 방과 거실에 필요한 전선을 배분한다. 천장과 벽은 이후 마감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작업해야 하고 창문과 각각의 문들은 사이즈에 맞게 자리를 잡는다. 일반적인 상가와는 다르게 사람이 살아야 하는 곳이기에 보일러를 깐다. 그리고 바닥 몰탈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다시 작업이 이어진다. 화장실과 욕실의 타일을 작업해야 하고 필요한 수전과 화장실 용품들의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그렇게 대부분의 일들이 끝나게 되면 벽지 도배와 페인트 작업이 진행된다. 그렇게 대부분이 일이 끝나면 이제 외부 작업이다. 테라스가 있다면 작업을 하고 외벽작업을 진행한다. 물론 이것 말고도 더 많은 일들이 있다. 떠오르는 작업들을 나열하다보면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것들과 그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생각나기 마련다.
추운 겨울. 외부 작업을 해야 할 때는 꽁꽁 싸매고 일을 한다. 잠깐 손과 몸을 녹이기 위해 불을 피워보지만 그것도 잠시, 따뜻한 곳으로 몸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약속된 시간이 있고 일을 해야 하는 기간이 있었기에 하루하루 일을 진행했다. 그나마 이런 추위에도 잠시 위로를 받았던 것은 풍경이었다. 낮은 산조차 듬성듬성 이어지는 곳이었기에 일찍 현장에 도착하면 맞아주는 일출의 풍경. 거기에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날아 온 기러기들 또는 알지 못하는 새들이 무리지어 소리를 내며 하늘을 지나쳐 갈 때면, 잠시 그 풍경에 빠져들기도 했다. 아직 심난한 사회적 사건이 정리되지 않아 불안한 마음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시간을 지나가리라는 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태롭게 만들고 위험한 것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과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Wood Working > Log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수일지] 048. 건승을 빈다. (0) | 2025.03.02 |
---|---|
[목수일지] 047. 눈 오는 풍경 (0) | 2025.02.08 |
[목수일지] 045. 희망을 이야기하자. (1) | 2025.01.03 |
[목수일지] 044. 사과나무를 심다. (2) | 2024.06.23 |
[목수일지] 043. 기본이 중요하지만.. (1) | 2024.05.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