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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47. 눈 오는 풍경

by Neuls 202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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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제작과 인테리어. 그리고 지금은 집짓기 공사까지. 아직 정리되지 않는 것들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이어가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가야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현재의 시간에 집중을 하고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현장에서 그나만 위로를 받는 것들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는 일하는 풍경의 작은 찰나의 시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갑작스레 나타난 상황에서 위로를 받는다.

 

 

2024년 겨울의 시작에서 시작한 일이 두 번째 현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울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느 정도 춥고 말겠지 생각하며 현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간단하게 생각한 추위를 맞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한 낮의 해가 중간 정도 오르면 그나마 추위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짧은 1~2시간일 뿐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얼어붙은 공기의 무게는 하루 종일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때때로 쇠붙이를 잡아야 할 때면 차가운 기운이 전해져 오며 손가락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그나마 이러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작게 피워 놓은 고체연료. 잠깐씩 언 손을 녹이려 희미하게 타오르는 불꽃 위로 손을 올려 따듯한 온기를 느껴보지만 이내 작업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움직여야 몸이 풀리기 시작한다. 얼었던 손도 감각이 무뎌지며 조금의 온기라도 느껴지면 금세 따듯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현장의 하루가 지나간다.

 

 

그렇게 추웠던 현장에서 가끔 괜찮은 풍경을 만날 때가 있다. 도시에서 작업하고 있다면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만나게 되고 지방 또는 시골이라면 그에 맞는 풍경을 보게 된다. 이번 강화에서의 현장은 생각보다 많은 풍경, 그러니까 가끔 잠깐의 시간을 멈추게 만드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낮은 동산에서 맑게 떠오르는 태양의 풍경과 함께 기러기들이 무어라 소리치며 날아가는 아침의 풍경. 저 높은 하늘에서 먹이를 찾으려 활공을 하고 있는 독수리와 종류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매. 그리고 엊그제 갑자기 돌풍이 멈추고 하늘을 하얗게 만들고 내리기 시작한 눈 오는 풍경. 한창 작업에 집중을 하다 옆 창문으로 통해 내려오는 눈발을 알아채고, 온기의 형상을 풍기며 내뿜는 입김과 함께 잠시의 시간을 멈추게 만든다. 분주하던 일손을 멈추고, 시간의 흐름이 잠깐 멈춰 선 듯한 그런 풍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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