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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49. 짧지만 길었던 현장이 끝났다.

by Neuls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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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작업이 길어졌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잘 아는 일은 잘 아는 대로, 모르는 일은 모르는 대로 할 일들이 많았다. 때론 헉헉대며 일해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론 그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눈보라가 치며 급격히 추워진 날에는 곱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일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그날 그날의 일을 해나가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이르게 되었다. 안쪽 실내의 인테리어가 끝나고 외부 마지막 작업까지.. 그렇게 짧은 두 달의 시간이었지만 느낌에는 참으로 길었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일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작년 12. 그러니까 선배의 급한 연락으로 시작한 강화에서의 현장. 어색했지만 오랜만에 반가웠던 선배와의 일을 시작한 그날은 우리나라의 큰 사건이 함께 벌어진 날이었다. 그날 밤 갑자기 울린 핸드폰을 새벽 세 시까지 지켜보다 한켠의 안도감을 가지고 다음날의 일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 그러니까 계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그 역사적 사건이 일상의 시간과 연결되어 지난주까지 이어졌다. 하루 하루의 일과를 이어가지만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불안감을 끝내 피할 수 없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잘 듣지 않던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를 챙겨보기 시작했고 그날의 뉴스와 전망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봐야 했다. 한편으론 더 나쁜 상황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하루의 일상, 그러니까 우리의 생활과 삶은 또 이어져야 하고 그렇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며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상황이 오면 안 된다는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하루의 일상을 보냈던 듯싶다.

 

 

어쨌든 시간은 지났고 결론은 나왔다. 한국 근대사에서 벌어졌던 그동안의 두려움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그러한 두려움은 그럼에도 변해야 한다는 바램의 방향으로 움직였고, 그동안 쌓여있던 수많은 문제들이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끝을 냈다. 다행이다. 지금 당장 드러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넘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문제의 지적을 분명히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기본 중의 기본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계엄과 함께 시작한 강화에서의 현장은 거의 비슷하게 끝을 맺게 되었다. 하나의 결과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하루하루의 일과를 꾸준히 해내는 것이 필요했다. 물론 사회적 사건과 하나의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일이 동일한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을 세우고 원칙을 지켜가는 것.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응용과 활용들이 있지만, 결국 그 완성은 단단한 기초위에 세워져야 이후에도 더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나의 현장이 끝났고 다시 다른 현장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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