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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Socity

리아의 나라 / 앤 패디먼 / 윌북

by Neuls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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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몽이라는 나라. 아니 민족이 있다. 한 때 중국의 산악지역에서 자신들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을 영위하였다. 다른 어떤 문명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삶을 이어오던 그들. 그래서 자신들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바탕으로 지금껏 삶과 문화를 이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굴레는 그들을 가만놔두지 않았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면서 점점 다가오는 억압을 피해 인도네시아 인근 라오스까지 이동하였고,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선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로 변모되었고 다시 그 땅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기나긴 고통의 행렬, 수 많은 몽족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넘게 지켜오던 문화적 자존심을 버릴 수 없었기에 그 길을 떠나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나라 미국. 자신들의 미래를 약속했던 미국에 도착하여 새로운 삶의 시작을 꿈꿀 수 있으리라 여겼던 곳. 허나 그러한 환상은 곧 허상이었음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다민족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이 통하는 나라인 미국. 하지만 다양한 문화의 근간에는 저 멀리 동남아의 작은 민족의 문화보다는 백인 중심의 사고체계로 굳어진 사회문화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체계의 핵심인 의료 체계는 몽족이 그동안 한번도 접해보지 못하던 구조로, 그들에겐 폭력적이며 위험한 대상으로 인식되어 간다.

 

 

이러한 문화적 충돌의 핵심을 관통해간 한 아이 리아.  몽족의 부모 입장에서 필요한 아이의 전통적인 치료방식,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과학적인 방식이 충돌하는 과정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아이를 낳으면 탯줄을 낳은 곳의 중심부분에 묻어야 하는 전통, 간단한 치료의 경우 동전을 데워 아픈 곳에 문지르는 치료법. 크게 아플 경우 '다'라는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희생제를 치러야 하는 샤머니즘적인 치료방식 등 현대 의학에선 이해 되지 않는 방식들을 고수하는 그들에게 미국인 의사들은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존재들일 뿐이다. 더구나 몽족의 축복으로 여겨지는 간질이라는 병을 자신들의 이해와 방식을 강요하는 의사들은 더욱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단순히 문화적 차이라고만 규정할 수 없는 것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때로는 몽족의 문화와 이해 수준이 답답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기술적인 부분만 드러나는 미국의사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잘 이어줄 수 없었던 문화적 소통자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럼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지금 이시대에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일명 '데카르트적 합리성'이 풍만해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 더나아가 삶과 죽음의 문제, 그리고 육체와 영혼을 바라보는 관점등 다양한 생각거리들을 던져주는 책이다. 더구나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전체적인 책의 구조는 리아의 이야기와 몽족의 이야기를 사이사이 배치하여 그들의 문화적 이해와 역사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더구나 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인터뷰를 진행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작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그 의지와 더불어 순간순간 자신도 혼란스러운 과정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에서 지금 우리가 다른 민족의 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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