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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Socity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 더 숲

by Neuls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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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인 삶을 살려고 시도한다는 것, 또는 그 삶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동안 속해 있던 구조와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하기에 더욱 힘들다. 그 구조는 지금껏 살아왔던 배경이며 삶을 움직이는 바탕이었기에 삶의 자세는 물론 방식까지 모두 바꿔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얻을 수 있었던 상품과 서비스에서 벗어나야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들을 철저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효율성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나아가 그렇게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시선쯤이야 견딜 수 있다 하더라도 그동안에 맺었던 관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특히 나의 경우 더 많이 듣는 편이다. 대학교 선배들 중 그런 삶을 살려했던 적이 있었고, 지금 일하는 지역에서도 그렇게 살려고 준비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지금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호감이 있는 편이며, 시간이 지나면 아니 더 늦기 전에라도 그렇게 살려고 나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들도 있으며 그런 삶의 적응을 위한 과정도 이미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삶을 산다고 결정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나 역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생활에 적용해 보는 과정은 좀 더 철저한 고민과 실천의 내용이 존재하여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그 기준을 세우고 나름 점검해 보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얼마 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제목이 참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분단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에선 쉽게 이야기 꺼내지 못하는 단어. 하지만 그 내용이 궁금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논리인 자본론의 이야기를 빵집에서 굽는다니. 더구나 시골에서... 그 내용이 궁금했다. 솔직히 더 많이 궁금했던 것은 시골빵집이라는 단어였다. 언 듯 생각하기에 시골에서 빵집이 될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책을 펴고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1. 기술에 대한 노력, 특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의 선순환적 생산방식의 추구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기술에 대한 노력이었다. 현대 사회에선 기술이라는 것이 돈을 버는 목적 이외에 별다른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직업과 기술이 개인의 자아실현(?)과 이상으로 이어지기에는 너무 멀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이것을 위해 열심히 걸어왔다. 특히 빵이라는 매력에 빠져 이와 관련된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고, 직업으로 선택함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다. 하루하루 고통스런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찾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이 아니었다.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음식인 빵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시도한 것이다. 바로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효율성의 빵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적 생산방식을 선택했던 것이다. 건강한 빵의 생산을 위해 자연에서 존재하는 효묘를 찾고, 맑고 건강한 물을 찾아 다닌다. 주 재료의 안전성을 위해 자연농법으로만 생산한 밀을 구입하며, 더구나 인근의 생산자를 통해 로컬소비를 추구한다. 이렇게 하여 선순환적 생산방식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2. 자신의 철학과 내용을 적용하려는 노력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생각한 철학과 내용을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대안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한 생각과 철학의 적용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실제로 더욱 어려운 삶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러한 삶을 추구하다 포기하는 이들도 수없이 보아왔고 실패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아왔다. 여러 가지 이유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경제적인 부분이다. 아무리 적게 소비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감당한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어려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우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단촐한 부부에서 아이가 둘씩이나 생겨 챙겨야 할 몫이 늘어났다. 당연히 고민도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고민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시도해보자는 심정으로 철학과 원칙을 적용하면서 문제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간다.

앞서 이야기한 선순환적 생산방식은 물론이거니와 빵집의 운영에 있어서 건강한 운영이다. 생산 가능한 양만큼만 생산하고 판매하는 방식. 조금 더 벌어보겠다고 많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팔아낼 수 있는 양만큼 생산하는 것. 그래서 버리는 것들이 최소화하고 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적정한 수준에서의 수익책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초과이익(잉여이익)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려 한다면 저자는 잉여이익을 최소화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에 환원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그리고 맘에 들었던 것 중 하나는 정당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가구를 만드는 공방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인건비의 소중함과 정당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선, 특히 인터넷 소비가 중심에 있는 상황에선 적당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매달 들어가는 공방의 운영을 위해서라도 일정정도의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작업하는 나의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우 복합적인 내용이기는 하나 적당한 가격의 책정을 유지하면서 그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성공한 듯 보여진다.

이 외에도 임금 노동자 즉 아르바이트나 시간제 노동자를 위해 적정한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물론 빵집의 수익구조를 공개함으로써 함께 운영해 나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하기도 한다.

 

3.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기 위한 방식을 찾는 방법

솔직히 이 책에서 가장 감명 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빵을 만든다는 것이 하루를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일이기에 무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허나 노동을 하는 사람은 분명히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의 체력보충은 물론 좀 더 창조적이고 활기찬 생각과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휴일이 필요하고 휴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1년에 두 달을 전적인 쉼의 시간으로 보낸다. 특히 비수기인 여름의 경우 빵이 빨리 상하는 문제도 있지만 더운 날의 노동은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과 사고를 위해 책을 읽기도 한다. 그동안 찾아가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관심 있었지만 찾아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충전의 시간을 보낸다.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언젠가는 실험해 봐야지 했던 생각들이 책 속의 글들에 담겨져 있었다. 누군가가 해보았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실수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니면 조금은 빠르게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 지금 하는 목수일에 대해서도 생각이 깊어졌다. 현대의 목공이라는 것이 전동공구를 이용하여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 사실이다. 복잡한 짜임도 돈만 있으면 지그를 구입하여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을 필요로 하고 과정과 섬세함을 원칙으로 하는 목공이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호응하기 위해선 목공도 빨라지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조만간 자동화 된 시스템에서 찍어내 듯 가구가 생산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것에 기대를 걸어 본다. 나름 매년 목공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아직은 취미수준에 머물러있지만 수공구나 전통가구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대안적인 가구의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나타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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