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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산책자의 시간 / 김명인의 런던 일기 / 돌베개

by Neuls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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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산책한 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나의 안으로 걸어 들어가 내 속에 있는 것들을 본다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이것이 무엇인지 들춰보기도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있을 게다. 스스로 살아 온 시간의 흐름을 통해 쌓여있는 모든 것들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적 즐겁고 천진난만한 얼굴이 있을 수 있다. 청소년기 소중하게 여기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첫 사랑의 기억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20의 열정과 땀으로 흠뻑 젖어 뛰어다니는 상기된 얼굴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때론 사랑으로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기억들, 첫 직장의 두근거림과 낯부끄러운 경험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순간순간의 기억들과 내용들이 먼지 쌓이듯 켜켜이 쌓여 나의 지금의 모습을 만들고, 생각들을 만들었을 터이다. 기쁨과 행복함과 회한과 후회들의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내면을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라 생각된다. 더구나 50년을 넘게 살아 온 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엄혹했던 70~80년대를 거쳐 온 한 지식인의 내면. 당위성과 자신의 목표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남은 상처와 아픔들. 마음 한 켠 뿐만 아니라, 몸도 망가져 맘대로 할 수 없는 그가 저 멀리 영국으로 유적을 떠나, 홀로 외롭게 자신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그 가상함이 절절히 다가온다. 지식인으로서 지키려 했던 활동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끊임없이 채찍질 해왔던 시간들. 하지만 인간이기에 한편으로 흘러버릴까 전전긍긍했던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는 내면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시간들을 담아내겠다고 꾹꾹 눌러대는 키보드의 소리가 한편으로 들려오며, 그 시간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이어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의 모습에 딸이 전하는 한 마디. “이제 그만 내려 놓으세요” 그리고 그 소리에 운전대를 잡고 한 없이 울어버리는 그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러한 그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일명 586세대의 이중성을, 이 사람을 통해 선배로 말할 수 있는 존재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 지금까지 살아 온 삶의 궤적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려는 그의 몸부림에 응원을 전하고 싶다.

 

 

 


나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떠났던 자리에 돌아가 다시 아귀를 맞추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망명의 감성을, 이 어긋남의 감각을 할 수 있다면 끝까지 가져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마지막 일기는 에필로그가 아니다. 그 낯설음과 자유의, 아니 낯선 자유의 기억을 온몽에 새기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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