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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Science

숨 / 테드 창 / 엘리

by Neuls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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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라는 영국 드라마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SF 드라마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는 팬들 사이에선 꽤 유명한 드라마이다. 무료하고 심심했던 어느 날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킬링타임용으로 생각하며 보기 시작했다가 하루만에 시즌 1을 한꺼번에 봐버렸다. 그만큼 드라마의 스토리와 메시지가 매려적이었고, 단순한 SF와는 달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갈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드라마였다.

분명 우리는 과학과 이를 바탕으로 이루지고 있는 기술적 진보의 혜택을 받고 있다. 처음 개발할 당시만해도 집 한 채에 가까웠던 컴퓨터가 PC(퍼스널 컴퓨터)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었고, 선이 있어야만 소통이 가능했던 전화기는 각종 온라인과의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이름으로 생활 속 깊숙이 들어오게 된다. 그 누구도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우리 앞에 또는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지 못했고, 그 영향들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알지 못했다. 단순히 기술적 발전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이와 반대로 부정적 평가 역시 만만치 않다. 생활의 편리함이라는 효율성이 부각되기도 하였지만, 전통적인 시장구조와 형태를 완전히 변화시키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물 중 하나인 인간이 오랜 시간 거쳐 온 진화라는 역사를 더욱더 앞당기는 듯 한 풍경. 과연 미래에는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지게 될까...

 

 

만약 지금 당신 앞에 다음 20년으로 건너갈 수 있는 문이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그 속에서 미래의 당신을 만난다면 과연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또는 그 20년 후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더 나아가 그런 미래의 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은 역사 또는 시간의 챗바퀴 속에 돌아가는 정해진 운명일 뿐일 것일까?

만약 온라인 팻을 오랜기간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나의 소프트웨어일 뿐이지만 10년 아니 20년 넘게 함께하면서 자신의 생활과 삶을 공유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숨을 쉬고 움직이는 팻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 프로그램을 종료해야 되는 시점이 다가오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결국 과학이라 불리는 학문 또는 관련 기술은 저 멀리 있는 미래의 것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지금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금껏 겪어왔던 삶의 방식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은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갈 삶의 형태와 내용을 규정하게 될 것이며, 때론 긍정적 요소로 다행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길에서 헤매이게 될지도 모를 일다. 과학이라고 하여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닌 오히려 삶의 한 형태과 형식으로 구성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리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몰론 이러한 고민과 생각들 속에 어떠한 것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하나의 방향만으로 어떠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편협한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다. 오히려 이러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하나씩 풀어내는 것. 하나의 관점들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 의 미덕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하드 SF소설이라는 이유로 너무 어렵게 풀어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천체학, 물리학, 양자역학 등 자세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니다. 더 들어가 상대성이론, 인플레이션이론, 다중우주론 등의 이론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관련된 지식을 조금 찾아보고 이해할 정도만 되어도 된다. 그러면 조금더 이 책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이해의 폭과 넓이가 풍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조금씩 이해하다보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언지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를 찾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람은 수 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특정 순간들을 선별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며, 그것은 우리의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들 각자는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세부 사항들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며, 그 결과 구축된 이야기들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한다. P. 301

 

그리고 나는 디지털적 기억의 진짜 혜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요점을 말하자면 이렇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P. 329

 

 

PS. 이전의 단편집 당신 인생이야기보다 더 예리해지고 깊어졌다. 더욱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이미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점이 풍부해졌다. 또한 그 속에서 길을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때론 그것으로 변화해버린 사회 속의 풍경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고,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올 해 읽은 책들 중 최고로 선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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