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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주 여행기/Section 02 걷다

035. 올레 20코스

by Neuls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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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le 20

김녕 서포구 - 하도리 해녀박물관( 16.5km, 5~6시간)

 

 

Road

제주 올레길을 걷는 데 마땅한 계절은 딱히 없다. 언제 어느 계절에 걸어도 올레길 모든 코스는 따뜻한 초록빛과 시원한 푸른 바다, 그리고 가슴 가득 채워주는 통렬한 바람을 맞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한 계절만을 고르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봄을 고를 테다. 봄빛 여린 순들이 가지마다 손뼉 치는 곶자왈을 걷거나, 노랗게 출렁이며 떼춤 추는 유채꽃 평야도 좋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 먹어가며 절경과 비경들로 즐비한 해안가를 원 없이 걸어볼 요량이라면 말이다. 김녕 서포구와 하도리 해녀박물관을 잇는 올레 20코스는 겨우내 숨죽였던 봄빛 색채들이 해안과 농로, 마을 안길을 채색하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이국적인 거대 풍력발전기가 바다와 내륙 곳곳에 분포하며 남다른 조형미를 선사해주는 것도 이구간의 특별한 포인트다. 동화 속을 걷는 기분으로 알록달록 꾸며진 해안마을과 해수욕장을 지나면 이주민들에 의해 새로운 문화정착촌이 형성된 월정리를 만나게 된다. 월정리는 다양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이색적인 길거리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여행자의 쉼터이기도 하다. 시작점에서 이곳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지나올 수 있었지만 이후 구간부터는 조금 난해한 길을 감수해야 한다. 왜 이런 동선을 택했을까 싶을 정도로 어지러운 변화를 보여주던 길은 롤러코스터를 태운 것에 미안했는지 별안간 조용하고 아늑한 숲길로 안내하게 된다. 언제보아도 정겨운 돌담 사이로 파랗게 채워진 농로를 걷다보면 허기진 마음은 저절로 충만해 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길은 다시 마을과 해안을 넘나들며 어지러운 행보를 유도하다가 불쑥 평대리 해변을 쏟아낸다. 이때쯤 되면 두 발은 무겁게 내려앉고 물집도 서너 개는 잡힌다.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물통은 비었을 것이고, 딱히 흥미로운 풍경도 적어 마음까지 휑해졌을 즈음 아름다운 세화해변에 이르러 긴 여정은 끝이 난다. 늘 그렇듯 위로의 가치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바다만이 피로를 풀어주고, 사나웠던 마음은 비로소 가라앉게 한다. 개인적으로 올레 20코스는 오랜만에 꺼내든 80~90년대 LP판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대표적인 몇 곡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레이블을 채우기 위해 건전가요를 끼워 넣던 시절의 음반. 하지만 이곳을 찾기도 전 미리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다. 올레길이 지닌 수많은 유혹과 중독성에 그런 단점 정도는 조족지혈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Route

김녕 서포구(어민복지회관) - 성세기 해변(1.2km) - 월정 모살길(4.5km) - 월정리 해수욕장(6.2km) - 쑥동산(6.8km) - 행원포구(7.7km) - 구좌농공단지(9.1km) - 좌가연대(10km) - 한동해안도로(11.2km) - 계룡동정자(12.3km) - 벵듸길(13.7km) - 세화오일장(15.5km) - 하도리 해녀박물관(16.5km)

 

Guide

월정리 해변

모래 위로 부서지는 달빛이 아름다운 월정리 해안은 제주로 이주해온 외지인들에 의해 신 문화지대를 이루고 있다. 다양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쉼터 등이 어제와 다른 내일을 준비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

 

좌가연대

조용하고, 쾌적하며, 서정적인 숲속 돌담길을 걷다보면 작고 앙증맞은 성 하나와 조우하게 된다. 해안 초소였던 이곳은 수병을 대신해 울창한 소나무들이 나그네를 호위하고 있다.

 

세화오일장

제주 동부지역을 대표하는 가장 큰 오일장이다. 매월 5일과 10일에 장이 열리고 옥돔, 우럭, 조기 등의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찾는 이가 많다. 파장은 오후 4시다.

 

해녀박물관

제주 해녀의 역사와 삶, 정신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박물관이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옛 해녀의 모습과 작업환경을 잘 복원해 놓았으며, 어린이 해녀체험과 해녀 노래공연 등 전문 해설가의 상세한 설명을 통해 해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월 첫 월요일 휴관.

 

level : 

멀고, 아득하며, 때로는 지친다. 행원포구에서 벵듸길 구간이 조금 힘들다.

 

start

제주,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회선 일주버스를 타고 김녕 백련사에서 하차한다. 서포구 출발점까지는 10분 내외가 소요된다.

 

Food

밥빠(한동리) 064-782-0007

해맞이쉼터(평대리) 064-782-7875

은성식당(세화리) 064-784-5885

 

guest house

이모와 삼촌네 게스트하우스(김녕리) 010-9081-4181

달에물들다 게스트하우스(월정리) 010-3826-3743

문스데이 게스트하우스(월정리) 010-7187-9347

레프트핸더 게스트하우스(상도리) 010-4110-0943

 

콜택시 064-782-2777(김녕콜택시) / 064)784-8200(구좌세화콜택시)

올레지기 064-762-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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