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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by Neuls 2025.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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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하루의 일상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는다. 간단히 아침을 챙기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어떤 이는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등교를 한다. 물론 어떤 이는 다른 하루 일과를 하루 종일 보낸다. 누군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 급하게 다른 부서와 논의를 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기획 단계의 일을 점검한다. 학교에선 친구들과 즐겁게 떠들기도 하지만 무언가 머리에 남기기 위해 배워야 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물론 한 낮의 시간을 보내면 다시 학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누군가는 퇴근을 하고 누군가는 누구를 만나 저녁을 먹거나 간단한 음주를 하기도 한다. 그 수많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일들, 즉 기억해야 하는 일들과 그저 스쳐지나가는 그런 사건과 행위들이 벌어지고 잊혀 진다. 그러한 모든 것들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한다. 기억해야 하는 것들과 문득 생각나는 것들이 있지만 그것마저 정확하지 않거나 곧 잊히고 만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인지 흘리는 것인지 모를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것들이 단순히 사라진다고 할 수 있을까. 한번 경험하고 나면 그것들의 존재, 즉 기억의 존재들이 증발해버리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어떤 전문가들은 그러한 것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연에 쌓이고 쌓여 나의 정신 또는 심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그곳. 지금껏 한번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쉽게 읽지 못하는 그곳. 바로 마음속이다. 무엇이 기억되어 있는지 알 수 없기에 특별히 해석하는 방법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각각의 기억들이 무엇을 위해 기억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변행되고 이해되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때론 그 기억들을 한꺼번에 잊어버리고 싶거나 고통스럽게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구조화 되고 어떠한 형태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만이 만들어 낸, 그러니까 무언가로부터 지키려하는 무언가를 또는 장소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억은 남지만 그 기억의 흔적들을 쉽게 되살리거나 다시 밖으로 온전히 끄집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심연으로 통하는 다리를 잊어버린 듯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다 존재하고 있어왔고 그곳으로 가는 길이 존재하지만 그곳에 가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이다.

 

 

다만 우리는 어쩌다 그 심연에 닿을 때가 있다. 금방 잊어버리는 꿈 속, 그 꿈속에서 그 심연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스스로 만든 그 심연 속에서 그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때론 심연의 공간이 심하게 흔들릴 때, 그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당황하고 민망해하기도 한다. 저 멀리 잊어버리고 있던 무언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 당황스러움에 깊이 빠지기도 한다. 지금 나 스스로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에 빠져들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 심연으로 다시 들어가고자 몸부림을 치기도 하지만 곧 그것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가고 다시 그 사이, 심연과 나와의 빈 공간이 채워지며 점점 그 문이 닫히게 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그 길의 흔적을 다시 잊어버리게 된다. 다시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는 길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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