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철 높게 솟은 눈부신 태양의 눈부심처럼 뜨겁다. 하지만 그 뜨거움 뒤의 그림자처럼 어둡고 차갑다.
어렸을 때에는 유럽을 동경했다. 발전한 민주주의와 그 역사. 부드럽고 강고해 보이는 문명. 세상의 도덕과 정의를 담보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가는 찬란함.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위대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꼭 그 문화와 문명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해보고자 마음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아가면서 이러한 생각, 즉 이러한 문명화 문화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알게 되면서 그들에 대한 열망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는가. 지금의 남미라 불리는 지역 또는 나라가 왜 이토록 가난한 나라인지. 왜 그들 원주민의 문화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옅어졌는지. 그리고 남미 대부분의 언어가 스페인 또는 포르투칼어를 사용하는지를, 더 나아가 오히려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이 극에 달해 있는지를. 조금의 노력을 들여 역사를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남미 뿐 만이 아니었다. 유럽의 남쪽 아프리카. 그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북아프리카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웹사이트를 열어 지도를 검색해 보라.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등. 그들의 국경선이 왜 그토록 직선이고 똑바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조금 동쪽으로 이동하면 이집트 옆 나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재 진행형의 참혹한 전쟁의 참화와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유럽의 역사를 다 이야기 할 수 없다. 또한 그럴 능력도 되지 않는다. 짧은 지식으로 알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그들 유럽의 식민주의 시대, 또는 제국주의 시대는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민족이, 한 나라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갈라지게 된다. 그 속에서 그들만의 문화와 생활을 지켜오던 이들은 한 순간 그 기반을 잃어 버렸고, 바람에 날리는 모래 속 깊이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나름의 유구한 역사을 가진 그 시간과 경험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한 기반을 잃은 사람들, 또는 나라는 어떠했을까. 당연히 그 여파의 진동을 이후 세대가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강제로 흩어져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조금씩 모일 수 있었던 것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들은 아직도 잃어버린, 저 깊은 모랫 속 깊이 묻혀버린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그들의 을씨년스러운 풍경. 뜨겁지만 무거운 어둠의 풍경을 담고 있는 소설. 그 소설이 바로 르 클레지오의 ‘사막’이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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