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05 [목수일지] 024. 목재 가격이 올랐다. 그것도 많이. 현장의 일들도 있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공방에 들러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준비라기보단 일종의 준비를 위한 준비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운영하던 공방이라면 이미 그동안 만들어져있는 지그들과 장비들이 있었기에 생각나는대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운영하는 공방도 아니고 상업활동을 하는 곳도 아니다. 더구나 서로 작업하는 방식과 규모가 다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러다보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기본 작업을 해두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지그다. 개인적으로 의자를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관련한 지그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전의 기억을 꺼내야 하는 것도 있고, 장비와 현장이 달라졌기에 적용하는 방식도 달라.. 2022. 4. 30. [목수일지] 023. 오랜만의 지그 만들기.. 오랜만에 등받이의자 지그와 템플릿을 제작했다. 보통 공방에서 만드는 가구들 중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만들기 까다롭다. 안정성과 활용도를 기본으로 디자인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복잡하여 난이도가 높아버리면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사전에 전체적인 형태를 고려해야 하고 이와 관련된 지그들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공방에서 제작한 의자는 고가일 수밖에 없다. 대량으로 만드는 가구 공장의 의자와의 가격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의자 문의가 들어오면 시중에서 구매하는 것을 먼저 추천하고 그래도 원한다면 몇 가지 디자인와 샘플을 바탕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의자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에 우선 기본 템플릿과 .. 2022. 4. 9. [목공책 리뷰] 021. 목공의 지혜 / 안주현 / 이숲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가구의 역사는 짧다. 이런 말을 하면 현업에 종사하는, 또는 전통가구를 만들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 온 가구의 역사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가구의 형태와 미적 감각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구의 역사가 짧다고 한단 말인가.”라고 일침을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는 가구의 의미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생활도구이지만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냥 값싸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소비형 가구일 뿐이다. 이렇게 가구의 문화가 자리 잡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근대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 2022. 3. 27. [목수일지] 022. 안전의 중요성. 인테리어 현장에선 수많은 공구들을 사용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장을 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다양한 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다양한 공구를 사용한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공구라고 한다면 당연히 목재를 자르고 가공하는 테이블쏘와 마이터쏘(각도절단기)라 할 수 있다. 매년 생각보다 많은 목수들이 이 장비로 다치고 심하면 장애를 얻는 경우도 있다. 공방을 운영할 때에도 항상 조심하였고, 회원들에겐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사용을 금하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들 외에도 위험한 공구들이 있다. 일을 하면서 집중력을 잃거나 조금의 방심을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중 조심해야 할 장비가 있다면 그것은 드릴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 2022. 3. 23. 페스트 / 알베르 카뮈 / 유호식 옮김 / 문학동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아니. 생각해보니 너무나 추상적이고 고고하다. 인간이 존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일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람은 다양하다. 그 다양함으로 인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각자가 겪은 삶의 배경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로부터 시작된 사고의 과정과 이해의 결론, 그리고 우리 각자가 가진 욕망에 의해 그 다양함이 표현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생각들과 성향들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피한다. 가끔 누군가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받아줄 수 있다는 오해로부터 시작된 실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스스로 조그맣게 읍조리는, 알아채기 어려운 입술 모양만 순식간에 지나칠 뿐이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일까? 약간의 긍.. 2022. 3. 20. [목수일지] 021. 목공책 리뷰... 이상한 취미가 있다. 읽지도 않으면서 책을 사는 취미. 언젠가는 읽게 되리라는 기대와 욕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모으고 있는 책들이 발행 되었는지 살펴보고 구매하곤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가능하면 목공서적들도 함께 검색한다. 그렇게 검색하고 나면 생각보다 꽤 많은 목공서적들이 발행된다. 간단한 DIY관련 서적들부터 시작하여 조금은 깊이 있게 들어간 책들도 보게 된다. 이런 책들 중 맘에 들어가 궁금한 책들이 있으면 일단 구매하여 살펴본다. 괜찮은 책인지 도움이 되는 책인지. 처음 목공을 시작할 때에는 꽤 많이 구매했다. 누구에게 배워서 한 목공이 아니라 책과 인터넷 검색으로 알음알음 익혀왔기 때문에 정보와 관련한 내용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은 .. 2022. 3. 18. [목수일지] 020. 핸드폰 액정이 깨지다. 공방에서 일을 하든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을 하든, 그 곳에선 수많은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하는 것이기에 정해진 일거리와 작업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때론 부주의로 인한 사고 또는 다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장비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고, 의도한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한 모든 일들이 이곳저곳에서 발생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일들 중 가장 난감한 일이 무얼까? 현장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온 사람이라면 위에서 나열한 것 중 하나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무언가를... 하지만 얼마전 있었던 일 하나가 이러한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이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가구를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2022. 3. 15. 스웨덴 기사 / 레오 페루츠 /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풍경과 이야기가 여기서도 함께 이어진다는 느낌. 어차피 우리 인간의 역사 또는 삶은 하나의 개인 또는 국가 단위로 생각해도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듯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반복이 지속되면 지겨울 만도 하다. 어차피 그 결과는 거의 비슷하게 나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으로 읽히는 책들이 있다. 결과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그 과정의 묘사와 이야기의 짜임새로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게 만드는 책들이 그런 책들이다. 단순한 아름다움의 묘사만이 아니다.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수많은 의미를 찾아낼 때의 즐거움, 얼기설기 이어지면서 하나의 연결점으로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놀라움 등등. 이러한 것들이 뻔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들고 지금 다시.. 2022. 3. 5. [목수일지] 019. 일을 잘 한다는 것...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하는 업무 또는 작업에 있어서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지키며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일에 있어서만큼은 스스로의 자존심 역시 높은 사람들이다. 성격상 이러한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은근히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일하는 모습과 결과물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해당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한 분야의 일은 잘 하지만 그 외의 일들, 예를 들어 전체적인 조화와 결과를 내야 하는 것들이나 그 과정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피고 소통해야만 하는 일들에 있어서는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2022. 3. 4. [목수일지] 018. 실수가 연속될 때 같이 일하는 공방에서 가구를 제작해야 할 일이 있었다. 수량도 많고 컷팅해야 하는 목재의 양도 상당히 많았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제작하게 되면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전체적인 가구의 형태는 물론이고 소요되는 목재의 양과 부재료까지 꼼꼼하게 신경써야 한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기고 완성하고자 하는 가구를 제시간에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당연히 신경을 써야하고 전체적인 윤곽을 읽어 스스로의 동선과 과정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이중 특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컷팅 또는 제단이다. 만들어야 하는 가구의 목재의 양을 판단하고 순서에 맞춰 작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컷팅해야 했던 목재를 중복하거나 또는 서랍이나 문의 경우 인도어와 아웃도어 방식을(In Door & Out Do.. 2022. 3. 2. 사진에 관한 대화 / 안소현, 홍진훤 / 현실문화A 사진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좋은 사진을 찍지는 못하는 듯하다. 잘 찍지는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잘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리저리, 그리고 열심히 찍어본다. 때론 좋은 강좌라 생각되는 기회가 있으면 참여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잘 찍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연장 탓을 한다. 목수가 연장 탓을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사진을 찍는 사람이 카메라 탓을 하면 안 된다지만 그래도 핑계를 찾고 싶은 얄팍한 심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의 카메라보다 더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리고 이런저런 장비만 잔뜩 들이며 장비병에 걸린다. 조금 더 사진을 배워보면 달라질까? 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사진과 관련된 책들을 사서 본다. 무겁고 딱딱해 보이지만 그래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으.. 2022. 2. 10. 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 안그라픽스 지금까지 그림이나 예술과는 먼 삶을 살았다.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예술에 대한 낮은 이해는 관심을 가지기 힘들었다. 그냥 나와 잘 맞지 않고 할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목공을 시작하게 되면서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자인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가구라는 것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생활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어디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전히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문제라 생각되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디자인의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다. 디자인은 무엇일까? 하라 켄야에 의하면 디자인은 결과물에 있어서 .. 2022. 2. 10.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