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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실패기] 004. 험난했던 시작과 블로그.. 하루 종일 작업으로 소란스러웠던 공방의 소음이 잦아든 시간. 조금의 움직임에도 작은 알갱이의 톱밥이 흩날리며 산란하던 공방의 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았던 탓에 소리의 울림이 남아있던 공방의 한켠에 두 개의 의자와 두 사람이 앉아있다. 한 사람은 조심스러운 듯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이 역력하다.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무심히 공방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바닥을 보고 있던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 2023. 3. 11.
[목수일지] 037. 맥락이 중요하다. 잠깐 약속이 있어 나가는 것 이외에는 거의 집에만 있다. 하루 종일 보았던 내용들을 정리하고 읽어야 할 것들을 읽다보면 거의 하루가 빠듯하게 지나가 버린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지 않다보니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백수라 놀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좋을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지금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아무튼 그런 시간을 보내다보니 체력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한동안 몸을 쓰는 일을 하다가 몇 달을 그런 생활과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다보니 근력이나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할 때에도 체력을 유.. 2023. 3. 11.
[공방 실패기] 003. 생각보다 많이 무모했던... 처음으로 작은 가구를 만들고 주문한 곳에 방문하여 돈을 받고 설치했던 기억.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주문을 받았던 것은 같이 일하던 친구였고, 나보고 직접 만들어 배송과 설치까지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 어려운 가구는 아니었기에 2시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소품 같은 가구였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제작을 하고 설치까지 끝낸 후, 비용을 정산하며 돈을 받았을 때의 기분이 생각난다. 무언가 설레이는 기분. 받은 사람도 만족하고 처음 이렇게 만들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느낌. 단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느껴지는 만족감 같은 그런 것.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는다. 다만 이 경험을 시작으로 목공, 특히 가구를 만드는 .. 2023. 3. 2.
[목수일지] 036.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 꽤나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정리를 한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리고 만다. 목수라는 직업이 나의 정체성이라 말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런 일을,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좀이 쑤시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올라오다 가슴을 채우고 무심히 얼굴을 지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주섬주섬 태블릿과 책 한 권, 그리고 헤드폰을 챙겨 운전대에 앉는다. 그리고 30여분 운전을 하여 이제 막 가기 시작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왔기에 잠시 .. 2023. 2. 24.
[공방 실패기] 002. 처음 목공이라는 이름을 경험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실패기’라는 거창하면서도 부끄러운 단면을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의 구성에 있어 시기별 흐름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선 별도의 구성으로 정리해야 하기에 이런 저런 구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그렇게 많이 생각하면 더 정리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냥 떠오르는대로 쓰다보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경험의 시작을 이렇게 풀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런 시작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읽어주시길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공’이라고 하면 가구를 만드는 것에 한정지어 생각했다. 나 역시 목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 2023. 2. 23.
041. meet 100_제주시 meet 01_ 제주시 제주도의 전체 지도를 펼쳐보면 한라산의 위치는 정확하게 중앙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권역별 여행지를 나눌 때 한라산의 위치는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행정기관, 도시, 역사유적, 관광자원 등이 동서남북, 상하좌우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탄생에 얽힌 전설을 들여다보면 설문대 할망이 흙을 7번 퍼다 쌓아올린 것이 한라산이며, 내륙은 치마폭으로 흙을 옮겨와 만들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설문대 할망이란 제주도를 만든 신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설문대 할망은 누구이고, 무엇으로부터 유래되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학적인 추론에 의하면 제주도의 지형은 총 6단계의 분화를 거치며 생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1.. 2023. 2. 22.
040. 화가 송승호를 만나다 화가 송승호를 만나다 작은 관심으로부터 인연은 시작된다고 했던가, 그러니까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하루 여정을 끝내고 돌아온 숙소였다. 남제주에 속한 풍경들과 달콤한 연애에 빠져있던 나는 여행자의 천국으로 불리는 서귀포SEA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름 가까이 머물고 있는 터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벌어진 술자리에서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는데, 야생마처럼 긴 머리칼을 늘어뜨린 그는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여행자 속에서도 특별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매일처럼 반복되는 여흥이었지만 하루 이상 같은 숙소에 머무는 일이 적은 나그네들이기에 좀처럼 인연을 맺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연이은 관찰에 그도 눈치 채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옆자리로 이동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짐작했던 대로 그는.. 2023. 2. 22.
[공방 실패기] 001. 공방 실패기?! 2019년 6월, 최종 공방을 정리하였다. 70여평 되는 공간에 꽉 들어서있던 목공기계들, 목재, 공구 등 10여년 넘게 자리하던 것들이 일주일 동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작업을 하면서, 교육을 하면서 조금 작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비워지고 나니 좁기는커녕 이렇게 넓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제재목을 가져가기 위해 인근 공방 주인이 놀라는 눈으로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예상한 것보다 급하게 정리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공방의 시작은 10년이 넘었고, 내가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8년이 된, 나름 오래되고 잘 버틴 공방이었으니 이렇게 순식간에 정리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지난한 시간의 추억이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2023. 2. 19.
[목수일지] 035. 그냥 경험해 보는 게 나을 때가 더 많다. 기온이 꽤 많이 올라갔다.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미세먼지. 하루 종일 앉아 무언가를 읽다가 잠시 담배라도 피울 겸 옥상으로 나가면 뿌옇게 주변을 감싸고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세먼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입에 문 담배를 피울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습관에 불을 붙이고 만다. 생각해보니 벌써 2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려한다. 생각보다 추웠던 1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1년의 2개월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무심해지려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문득 올라오는 조바심과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들로 바빠지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누르고 읽어야 하는 자료들을 읽으려 자리에 앉는다. 이맘때가 되면 블로그의 유입수가 점차 늘기 시작한다. 처음 목공과 관련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2023. 2. 19.
039. 둘레 2코스 Dulre 2 거린사슴 - 돌오름(총 5.6km, 왕복 4~5시간) Road 둘레 2코스 구간은 해발 743m에 위치한 거린사슴에서 시작해 해발 1270m 높이의 돌오름을 왕복하는 숲길이다. 1100도로에서 이정표를 따라 5분가량 진행하다보면 낮은 계곡을 끼고 우측으로 2코스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와 안내문이 나타난다. 주의사항을 살핀 후 본격적인 산행에 돌입해 좌우로 펼쳐진 곶자왈 지대를 10여분 가량 걷다보면 거대한 삼나무 숲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숲이 발산하는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며 0.5km 가량 거슬러 오르면 삼나무 숲이 끝나고 새로운 곶자왈 지대가 펼쳐진다. 이때부터는 제법 굵은 돌덩이들이 바닦을 점유하게 되는데 발밑을 잘 살펴가며 걸어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1코스와 마찬가지로 둘레길을 .. 2023. 2. 19.
038. 둘레 1코스 Dulre 1 무오법정사 - 시오름(총 5.5km, 2~3시간) Road 문득 올레 1코스를 처음 걸었을 때를 떠올려 본다. 무려 26개의 코스가 조성될 만큼 길고, 다양한 구성을 지닌 제주 해안 중에서 시흥 일대를 첫 번째 코스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대부분의 코스를 직접 걸어보고 나서는 왜 그곳을 첫머리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비슷한 경우로 한라산 둘레길 역시 무오법정사 구간을 제 1코스로 택한 이유가 궁금해 졌다. 하여 잠시 자료를 조사해 보니 법정사의 존재가 제주도 역사 속에서 상징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1918년 10월 7일.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를 반대하던 승려와 제주도민 400여명은 이곳 법정사에 모여 투쟁을 결의하.. 2023. 2. 19.
037. 그리고 둘레길 & Dulre 제주의 심장 속으로 걸어가다 또 하나의 올레 ⌜한라산 둘레길⌟ 올레길에 이은 또 하나의 길이 제주도 한라산을 중심으로 열렸다. 제주 외곽을 돌며 커다란 벨트를 완성한 올레길이 성공을 거두자 제주자치도와 산림청은 내륙으로 눈을 돌려 한라산 둘레를 감싸는 환형의 길을 만들어낸 것이다. 1970년대 산림녹화사업으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오던 길을 재정비해 2011년 4월 제 1코스(법정사-시오름, 5.5km), 2012년 6월에 제 2코스(거린사슴-돌오름, 5.6km) 구간을 정식 개통한 것이다. 한라산 둘레길의 기본 포맷은 해발 600~800m 지점의 중허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2014년 모든 궤도가 완공될 경우 전체 길이는 8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은 올레길과 .. 2023.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