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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127

[목수일지] 049. 짧지만 길었던 현장이 끝났다. 생각보다 작업이 길어졌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잘 아는 일은 잘 아는 대로, 모르는 일은 모르는 대로 할 일들이 많았다. 때론 헉헉대며 일해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론 그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있었다. 눈보라가 치며 급격히 추워진 날에는 곱은 손을 꼼지락 거리며 일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그날 그날의 일을 해나가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 이르게 되었다. 안쪽 실내의 인테리어가 끝나고 외부 마지막 작업까지.. 그렇게 짧은 두 달의 시간이었지만 느낌에는 참으로 길었던 그 시간이 다가왔다. 일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작년 12월. 그러니까 선배의 급한 연락으로 시작한 강화에서의 현장. 어색했지만 오랜만에 반가웠던 선배와의 일을 시작한 그날은 우.. 2025. 4. 6.
[목수일지] 048. 건승을 빈다. 낮의 온도가 살짝 오르고 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렇다고 푸근한 느낌은 아니다. 차가운 기운, 그러니까 코끝의 온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온도. 그와 함께 저 멀리 청명하게 보이던 산등성이의 굴곡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미세먼지들이 부옇게 쌓여가고 있다. 이는 곧 봄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시끄럽게 만들었던 사건과 함께 찾아왔던 겨울이 이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역사의 한 장이 자락거리며 넘어가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어쩌면 특별하게 기억될 그런 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겨울과 함께 시작했던 강화에서의 일정도 한 단락을 넘기고 있다. 매섭게 불던 추위로 손을 오그리며 작업했던 일들. 하나의 현장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이 현장 역시 하나의 기억으로 남.. 2025. 3. 2.
[목수일지] 047. 눈 오는 풍경 가구제작과 인테리어. 그리고 지금은 집짓기 공사까지. 아직 정리되지 않는 것들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이어가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 어떻게 정리하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가야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현재의 시간에 집중을 하고 이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현장에서 그나만 위로를 받는 것들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는 일하는 풍경의 작은 찰나의 시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갑작스레 나타난 상황에서 위로를 받는다.   2024년 겨울의 시작에서 시작한 일이 두 번째 현장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울 것이라는 이.. 2025. 2. 8.
[목수일지] 046. 겨울의 집짓기. 바빴다. 그러니까 작년 10월부터 갑자기 여기 저기 일이 많았다. 그동안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들어오는 일들을 잠시 미뤄두었는데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졌기에 일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집중하는 만큼 바빴고 일이 많았던 것이다. 지방을 돌아다녀야 했고, 익숙하지 않던 일들도 해야 했다. 오랜만에 일들로 조금 버거운 것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일에 적응했다. 그러다 12월에 들어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너무 지방이고 일하는 사람들도 잘 오지 않는 그런 곳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이 있었다. 열악한 환경과 임금도 제대로 받기 어려운 그런 일이었고, 두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었기에..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연의 끈을 헤치기 싫었기에, 그리고 젊었을 적 갈 곳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할 때 한.. 2025. 2. 2.
[목수일지] 045. 희망을 이야기하자. 한 해가 가고 다음 해가 왔다. 항상 그렇게 해는 뜨고 다시 진다. 그리고 다시 해는 떠오른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시간일 수도 있으리라. 그러한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 아니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이 지날 때가 있다. 별것 아닌 시간들로 인식되는 시간들. 아주 작은 시간들, 그 수많은 시간들과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나가고, 그렇게 쌓인 것들이 어느 순간 어떤 형태의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다. 언제 이런 것들이 있었는지 인식도 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때론 그러한 흐름들이 어떤 방향을 지시해주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명확하거나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드러난 현상들과 흐름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 2025. 1. 3.
[목수일지] 044. 사과나무를 심다. 사과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하루에 반쪽 정도는 먹는 편이다. 소화에 좋다는 것도 있지만 일상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일로 사과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잘 익은 사과의 단맛과 아삭하게 씹하는 식감은 어느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렇게 사과를 먹다보면 항상 사과씨가 나온다. 사과의 과육을 둘러싼 씨방이 드러나고 때때로 그 씨앗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씨앗은 사과 과육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사과를 먹는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잊혀지게 된다. 때때로 사과씨를 보게 되더라도 그냥 무심하게 버려진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그냥 사과를 먹을 뿐이었고, 씨앗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은 있었으나 그냥 기억에서 작용하지 않았다. 이 작은 씨앗에서 사과나무가 자란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 2024. 6. 23.
[목수일지] 043. 기본이 중요하지만.. 목공수업을 하면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그 기본은 따분할 수도 있지만, 기본이라 함은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원칙주이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모든 과정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아갈 수 있다 생각하는 고루한 생각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젊었던 경우에는 나 역시도 이러한 생각을 답답해했던 것이 사실이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들었던 것이다. 원하는 결과물이 있다면 그 결과물에 있어서 어떠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도착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여져 가면서 아닐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기본과 원칙에 대한 생.. 2024. 5. 26.
[목수일지] 042. 어쩌다 목공수업.. 벚꽃과 함께 봄이 온 듯하더니 몇 주 지나지 않아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지만 정오를 지나면 곧 뜨거운 열기가 주변을 감싼다. 그렇게 짧은 봄이 지나고 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 생각해보니 올 해 24년의 달도 5월을 시작했다. 이제 곧 6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다시 가을이 올 것이다. 항상 그렇듯 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리고 생각하고 준비하던 것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급해지려 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을 다잡아간다.  요 근래에는 아침 일찍 공방으로 나선다. 그렇다고 9시 이전에 출근하듯 하는 것은 아니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하려 노력한다. 불경기인지 하고 있는 일들도 거의 줄어들었고,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기에 공.. 2024. 5. 2.
[목수일지] 041. 다시 시작하며.. 2019년 공방을 정리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분간 떠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다른 원인들이 함께 결합하여 그런 결정을 내렸다. 공방의 장비들을 정리하고 시설과 설비를 정리했다. 모든 것들이 공방에서 사라지고 난 뒤, 빈 공간에서 바닥을 쳐다봤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이렇게 정리를 하지만 언제 다시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언제가 될까 하는 생각.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무엇을 준비하고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해야 하는 일들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문을 닫고 오랫동안 머물던 지하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 20대 갓 사회에 나선 청년처럼 이리저리 부유하며 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다 .. 2024. 2. 24.
[목수일지] 040. 길게만 느껴졌던 3주간의 작업.. 어느덧 새해가 되고 아직 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무렵, 같이 작업을 하던 형에게 연락이 왔다. 새롭게 구매한 공구 자랑을 하려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짧게 손가락은 괜찮냐는 걱정과 함께 강원도에 작업이 있다는 전달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에선 아직 격하게 움직이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있었고 몇 달 움직이지 않았더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작업 기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리하더라도 조심하면서 일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이었기에 가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일주일간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일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항상.. 2024. 2. 17.
[목수일지] 039. 손가락이 부러지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략 두 달 전. 11월 15일이었다. 오랜만에 현장 일도 있었고, 이제는 다시 공방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현장 일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지인의 공방으로 출근을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먼저 공방정리를 하면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쌓여있던 목재들을 정리하고 치우기 시작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꽤 많은 자투리 목재들이 나오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 외에는 그냥 버리거나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인의 공방이기에 쉽사리 정리하지 못한 것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미리 치우고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후 정리에 들어갔다. 역시 꽤 많은 목재들이 쌓여 있다. 미리 사용할 수 있는 .. 2024. 1. 8.
[공방 실패기] 006. 실력을 높이려는 노력... 두 번째 가구 제작의 기술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가장 먼저 시도했던 일이 있다. 가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경험,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다. 먼저 경험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배우는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고 좋은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잘 배울 수 있는 공방을 알아보았고, 공방을 운영하던 곳보다 먼 곳이었지만 출석을 하기 시작했다. 두근거리는 마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희망은 딱 한 달 만에 끝나버렸다. 수업을 시작했던 첫 날 그러한 생각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교육.. 2023.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