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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제주여행37

029. 올레 15코스 olle 15 한림항~고내포구(총 19km, 6~7시간) Road 바다를 뒤로하고 내륙을 걷다가 다시 바다로 귀환하는 속살이 꽉 찬 올레다. 마을이 존재하고, 삶의 터전인 밭이 있고, 그 사이를 오가는 농로와 그 마을을 굽어보는 오름 들이 섞여있는 길이다. 어선들로 가득한 한림항을 뒤로하고 해안을 따라 길을 나선 발걸음은 얼마 되지 않아 바다위에 총총히 세워진 솟대 앞에서 멈추게 된다. 처음엔 그저 막대기에 올라앉은 갈매기이겠거니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로 조각된 솟대임을 알게 된다. 바다를 위한 경배의 뜻을 담은 것일까? 갈매기와 기러기를 조각한 솟대들은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 한수리의 작품이었다. 솟대마을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은 바다와 이별하고 내륙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본격적인 마을 올레의 시작.. 2023. 2. 3.
028. 올레 14-1코스 olle 14-1 저지마을~무릉2리 생태학교(총18.8km, 6~7시간) Road 저지마을을 출발해 무릉2리를 종점으로 하는 올레 14-1은 울창한 숲길의 연속 구간이다. 숲이 선사하는 생명력과 면역력, 치유력 등을 온몸으로 체득하며 걷는 길이다. 초기 구간은 귤 밭을 비롯해 채소들로 가득한 농로가 펼쳐지다가 저지문화예술인 마을을 지나면서 슬슬 오르막길은 시작된다. 강정동산, 문도지오름 등으로 이어지는 산행 길은 완만한 경사를 취하고 있어 그닥 힘들지는 않다. 문도지오름 정상은 자연스레 방목되고 있는 말들이 한가로운 목가적 풍경을 연출하며 올레꾼들을 맞이하고 있다. 성질이 순한 말들은 곁에 다가서도 제 일만 하며 사람을 개의치 않아 다양한 포맷의 사진작품을 얻을 수 있어 재미가 쏠쏠 하다. 문도지 오름을.. 2023. 1. 26.
027. 올레 14코스 olle 14 저지마을~한림항 비양도 도항선 선착장(총 17.6km, 6~7시간) Road 저지마을회관 앞에서 오전 9시에 스템프를 찍고 힘차게 길을 나선다. 도합 6~7시간 거리의 14코스이기에 조금은 서둘러야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시작점에 위치한 슈퍼에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도 준비했다. 그동안 올레를 걸으며 먹어본 간식을 열거해 보니 올레 꿀빵, 떡, 스넥바, 귤, 빵, 오이 등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김밥도 더러 준비하긴 했었는데 중국산 찐쌀로 만들었다는 보도 이후로는 아예 손도대지 않았다. 장시간 길을 걷다보면 수시로 허기가 찾아온다.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는 허기를 다 채울 수 없으므로 간단한 간식류를 미리 챙기는 습관을 가져보도록 하자. 14코스의 도입부는 농.. 2023. 1. 26.
026. 올레 13코스 olle 13 용수포구~저지마을(총 16.4km, 5~6시간) Road 필자는 다시 걷고 싶은 올레를 꼽으라면 단연코 용수포구와 저지마을을 잇는 올레 13코스를 꼽을 것이다.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새겨진 절부암부터 철새들의 조용한 쉼터 용수저수지도 그렇고, 보고 또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농로의 돌담들, 걷고 또 걸어도 그 매혹적인 풍경에서 헤어날 수 없는 곶자왈, 그리고 신비로운 돌담길을 걷게 되는 잣길 등은 어느새 필자의 가슴 안으로 들어와 잊을 수 없는 마음 길이 되어버린 터였다. 앞서 걸었던 길 만으로도 기억하기 벅찬 것이 사실인데 마지막 절정으로 이끄는 길은 또 하나 있었으니 저지오름 숲길이 그것이다. 오르기 전 까지 그저 평범해 보일뿐인 이 오름은 그러나 자연적, 풍경적 요소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2023. 1. 23.
025. 올레 12 코스 olle 12 무릉2리 생태학교~용수포구(총 17.5km, 5~6시간) Road 수려한 경관으로 서귀포 해안을 이어오다가 뭍으로 올라 산간지대로 접어드는 올레 12코스는 바다와 내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에 구간이 지닌 구성미는 남다른 점이 많다. 해안으로부터 파고드는 들녘과 오름은 고즈넉하거나 힘이 넘치고, 반대로 들판에서 바라보는 해안은 넘실거리는 파도와 아기자기한 어촌 풍경을 담고 있어 두 가지의 풍경들은 많은 곁가지를 양산하며 장군 멍군 하고 있다. 무릉2리를 떠나 신도연못, 농남봉을 거쳐 도착하게 되는 신도바당올레는 도구리라는 독특한 명칭의 자연 그릇들이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축들의 먹이를 담는 그릇이라는 뜻에서 그리 붙여진 도구리는 파도가 몰아다준 바닷물을 한입 가득 담고.. 2023. 1. 23.
024. 올레 11코스 olle 11 모슬포~무릉2리 생태학교(총18km, 5~6시간) Road 올레 11코스는 전체 올레 코스 중 의미와 성격이 조금은 낯설거나 동떨어진, 그러면서도 신성한 느낌마저 드는 올레 길이다. 제주 서부에 태어나 일생을 살아온 제주도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동시에 귀하게 여기는 이 구간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일까? 출발지를 뒤로하고 산이물, 대정여고를 지나 모슬봉 정상에 오르면 이 지역 최대 추모공간인 공동 무덤지대가 나타난다. 수많은 영혼들을 위해 살풀이 하듯 흔들거리는 억새 사이로 제주 고유의 돌담이 둘러진 모습들이다. 조선시대 때는 국상(國喪)시 주민들의 애곡을 위한 '망곡단(望哭壇)'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이곳을 후대 사람들이 계속해서 추모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겠지.. 2023. 1. 17.
023. 올레 10-1코스 olle 10-1 가파도(총 5km, 1~2시간) Road 가파도 올레는 4,5월 봄에 가야한다. 돌담 가득 청보리로 가득한 들녘을 만나고 싶다면 늦은 여름과 가을, 겨울날엔 꾹 참고 다른 올레를 탐해야 한다. 부모에게 절을 하듯 제주도를 향해 납작 엎드린 섬 가파도는 보리를 위한 땅이며, 보리에 의한 섬이기 때문이다. 가파도엔 오름이 없다. 대한민국 모든 섬을 통틀어 사람이 사는 유인도 중에 제일 낮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서서 내 키를 합해 높이는 고작 23미터를 넘지 못한다. 그런 가파도 벌판에 청보리가 넘실대는 풍경은 실로 엄청난 장관이다. 상상해 보라. 미칠 것 같지 않은가? 그 찬란한 풍경을 마주하고 있자니, 가슴이 터지도록 소리쳐보고 싶지 않은가? 하지만 참아야 한다. .. 2023. 1. 17.
022. 올레 10코스 olle 10 화순선주협회~모슬포(총 14.8km, 4~5시간) Road 올레 열 번째 코스. 바스락 거리는 억새와 노랗게 물든 유채가 주인인양 허세를 부리고, 규칙도 없이, 목적도 없이 함부로 휘몰아치는 바람이 줏대잡이인 화순 ~ 모슬포 올레다. 이 열 번째 올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필자로서는 솔직히 자신 없다. 그저 광활하다 할 밖에, 너무도 거대해 숨이 막힐 뿐이라 말할 밖에는 더 이상 부연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올레 10코스는 그런 길이다. 육중한 산방산을 중심에 꽂아 놓고 그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결코 초라함을 찾아볼 수 없는 길. 너무나 많은 올레꾼들이 동경하고, 가장 많은 찬사를 아끼지 않는 제왕의 길이다. 올레 10코스를 걷고자 할 때는 부디 한 곳에만 마음 주는 일이.. 2022. 12. 24.
021. 올레 9코스 olle 9 대평포구~화순해수욕장(총 9.1km, 3~4시간) Road 결코 잊지 말아야할 아픈 역사를 간직한 올레길이 있다. 때는 원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한 고려시대. 고려의 땅 끝 제주도까지 손길을 뻗친 원나라는 박수기정의 너른 초원을 이용해 말을 길러낸 뒤 본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지금의 몰질을 만들게 된다. 박수기정과 대평포구를 잇는 노역으로 힘없는 제주 백성들은 병들고, 굶주린 채 쓰러져 갔지만 그들을 구원해줄 왕도, 장수도 제주에는 없었다. 그렇게 힘없는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완성된 몰질은 원이 물러가고 점차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런데 수백 년이 흐른 어느 날 너무 오래되어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원시림을 개척해 몰질은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된다. 바로 지금의 올레 9코스에 새겨진 몰질과 박.. 2022. 12. 24.
020. 올레 8코스 olle 8 월평포구~대평포구(총 17.6km, 4~5시간) Road 월평포구에서 시작해 대평포구에서 끝나는 바당 올레의 종결지 올레 8코스. 신비로운 용암기둥 주상절리와 쉼 없이 한들거리는 억새의 땅 열리해안을 소유하고 있다. 해녀들만 다니던 거친 바윗길을 해병대의 도움으로 일반에게 공개한 갯깍주상절리 역시 존모살해변과 묶어 환상적인 절경을 안겨준다. 해병대 길이 끝나는 지점엔 가족 휴양지로 유명한 논짓물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엔 사용할 수 없어서 그냥 놓아버린다는 의미로 논짓물이라 불리던 것을 현재에 와서는 민물수영장으로 탈바꿈해 가족여행객들의 즐거운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잠시 논짓물에 발을 담가 열을 식힌 다음 물기를 닦지 않고 햇볕에 말리니 금세 보송보송해진다.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올레 길에 .. 2022. 12. 20.
019. 올레 7-1코스 olle 7-1 월드컵경기장~외돌개(총15.6km, 4~5시간) Road 올레 7-1은 제주 내륙으로 침투해 중산간을 돌며 장쾌한 풍경과 굵직한 속살을 만나게 되는 스케일이 큰 코스다. 제주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논마지기와 벼가 익어가는 풍경을 볼 수 있으며, 마치 육지의 시골길을 걷듯 농로를 지나거나 허수아비, 돌담길, 오름 등 전원풍경을 만끽하게 된다. 2002년의 감동이 생생한 월드컵경기장을 시작으로 엉또폭포, 고근산, 호근마을, 하논분화구를 거쳐 외돌개에 이르는 전체코스는 해안답사가 주를 이루는 다른 올레 길과 비교해 신선한 감동이 묻어있다. 특히 고근산 정상에서 만나는 일대의 풍경은 7-1코스의 절정을 이루는 포인트가 되고 있는데, 위로는 한라산 정상을 아래로는 서귀포 전역의 풍광을 한 프레임에.. 2022. 12. 20.
018. 올레 7코스 olle 7 외돌개~월평포구(총 15.1km, 4~5시간) Road 올레 7코스는 외돌개를 출발해 돔베낭길, 법환포구, 서건도 바다산책길, 그리고 일강정 바당올레를 지나 월평에서 끝을 맺는 매우 아름다운 코스다. 해안길을 따라 수많은 억새와 들꽃들이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우쭐우쭐 춤추는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올레 7코스엔 사람의 이름을 딴 길이 하나 있다. 올레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길로 꼽히기도 했던 수봉로가 그곳인데, 염소들만 다니던 좁은 길을 올레지기 김수봉씨가 손수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계단과 길을 만들어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 후 2년 뒤엔 너무 험난해 갈 수 없었던 ‘두머니물~서건도’해안을 제주올레에서 기계가 아닌 손으로 일일이 작업한 끝에 개척한 길도 있는데 ‘.. 2022. 12. 11.